매일신문

[경제칼럼] 상장기업 육성과 지역경제 발전

"우량 기업 지역 이끄는 중추…발굴·성장 지역민이 도와야"

이달 현재, 우리나라 증시의 시가총액 규모는 약 830조 원(유가증권+코스닥)으로, 국내 GDP(국내총생산)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머지않아 시가총액이 GDP를 추월할 전망이다. 외국 선진증시의 경우 대부분 시가총액이 GDP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자본시장도 이제 해외 선진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증권시장에서 대구경북 상장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약하다. 대구경북의 상장기업 수는 전체(유가증권+코스닥)의 5.7%(98개) 수준에 머물고 있고,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8%를 차지할 뿐이다.

본사가 포항에 있지만 재무·마케팅 등 주요업무를 서울에서 처리하고 있는 포스코를 제외하면 대구경북 상장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지역내총생산, 수출 등 실물시장에서는 대구경북이 국내경제를 선도하고 있으나, 자본시장에서 대구경북의 모습은 초라하다.

기업이 상장을 하면 변화가 생긴다. 증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기회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기업의 대외신인도와 인지도가 제고되며, 기업분할제도, 지주회사제도 등을 통해 원활한 구조조정도 가능하게 된다.

우리사주제도를 통한 종업원의 사기진작과 우수인력 채용이라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2003년 이후 유가증권시장의 대구경북 상장기업 수는 1개사도 늘지 않았고, 코스닥에서도 전국 증가율의 절반 수준을 약간 웃도는 4개사(6.8%)가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역경제의 취약성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대구경북 기업들이 상장에 따른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고, 기업공개를 꺼리는 보수적인 성향이 더해져 나타난 현상이라 생각된다.

지역기업들이 상장에 대한 긍정 마인드를 갖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 상장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신규 상장기업 발굴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육성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 상장기업에는 지자체 차원의 국내외 공동 IR을 마련, 역외 및 해외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도 지역에서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적대적 M&A나 각종 경영권 간섭에 대처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

대구경북이라는 도시·지역 브랜드 이미지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가치평가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기업이 소재하고 있는 도시 브랜드 파워이기 때문이다.

마침 2011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의 대구 유치라는 호재가 있는 만큼, 대구경북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본사가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도권 기업에 비해 지방기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불평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규 상장기업 확대를 위해서는 상장정보 취득이 어려운 중소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 상장의 의지가 있음에도 정보 부재로 인해 상장을 하지 못하는 기업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지자체와 관련 지원단체가 앞장서 지역의 알짜 우량기업들을 적극 발굴, 상장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가꿔나가야 한다.

우리 지역민들에게도 지역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사랑과 관심을 부탁한다. 지역민들은 외환금융위기 직후 '대구은행 주식 사주기 운동', 얼마 전 구미에서 있었던 'LG필립스LCD 주식 갖기 운동', 포항의 '포스코 1주식 갖기 운동' 등을 통해서 지역기업 사랑 열기를 보여준 바 있다. 지역민의 친기업 정서는 기업의 투자확대와 발전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며, 이는 다시 지역경제 발전으로 이어져, 지역민들에게 혜택이 되돌아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준다.

대구경북의 상장기업들은 고용규모나 매출액 면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핵심기업이 대부분이다. 수많은 지역 중소 협력업체의 모기업 역할도 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도까지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 지역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추세력이다. 상장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지역경제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대구경북의 많은 우량기업들이 한국 증권시장 나아가 세계 증권시장에서 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역 사회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인중(대구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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