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시청 공무원 인사가 이뤄졌던 지난 2월 중순 어느 날. 인사 발표는 이날 오후 7시쯤이었으나 서너 시간 전에 이미 인사 내용이 시내 곳곳에 공개돼 버린 상태였다.
비공무원인 A씨는 인사 발표 전에 "모 사무관을 내가 특정 자리에 앉혔다."고 공공연히 말했고, 또 다른 B씨는 연방 해당 공무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도왔다. 열심히 하라."며 생색내기에 바빴다. 몇 시간 뒤 이들이 말한 대로 인사가 그대로 이뤄졌다. 그대로 인사가 이뤄졌으니 인사 대상이 된 사람들은 실제 A·B씨가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게 돼 버렸다.
지난해 7월 시 인사 때도 시청 밖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었다. 매번 시 행정지원국의 인사 내용이 유리알처럼 먼저 공개됐고 사전에 인사 내용을 입수했던 몇몇 사람들은 소위 '문경의 실세'로 비쳐졌다.
문경에서는 이들을 시청 밖의 '정무부시장'이라고 부른다. 치열했던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줄서기를 한 반대급부였다. 신현국 시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원을 오가며 정신 없을 때 그 틈새를 이용해 몸집을 키웠다.
이들 중에는 소상공인도 있고 군소 지방신문 기자도 있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 문경의 최대 고민거리였던 전·현직 시장 갈등을 해소시키기는커녕 도리어 싸움을 부추기는 역할도 했고 일부 시 공무원과 연결해 토호 흉내도 내고 있다.
이들을 통해 시를 둘러싼 각종 이권사업들이 움직인다는 등의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 문경에서는 올 12월쯤부터 시작될 8천억 원 규모의 국군체육부대 공사가 최대 관심거리다. 수십 년 만의 단비와 같은 국군체육부대 이전 공사의 혜택이 최대한 문경에 골고루 분배되기를 많은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정무부시장'들의 개입으로 특정 사람들만 이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시민들은 이제 선거법 파문에서 자유로워진 신현국 시장이 시청 언저리에서 이들 '정무부시장들'을 물리치고 문경의 이익에 부합되는 행정을 펴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문경·박진홍기자 pj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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