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인 청정해역 독도가 쓰레기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주변 바닷속은 쓰레기로 뒤덮여 수중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었다. 오염된 독도 바닷속을 최근 기자가 둘러봤다.
◆바닷속은 쓰레기장
독도 동도 선착장에서 좌측으로 20~30m 떨어진 구 동키바위. 무거운 잠수장비를 매고 검푸른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바라본 바다는 시야가 확 트일 정도로 깨끗했고, 역시 청정해역이다 싶었다. 하지만 물 속으로 들어가자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물속의 오물을 찾는 데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심 7m쯤 내려가자 바위에 엉겨붙은 폐타이어와 건축폐기물들이 시커먼 모습을 드러냈다. 손을 대자 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부유물들이 떠올랐다.
조금 더 내려가자 상태는 더 심각해졌다. 어디서 이런 건축자재들이 왔는지 의아할 정도로 비계파이프와 철강선 등 종류도 다양한 대형 고철덩어리들이 뒤엉켜 있었다. 수심 10~15m쯤 바위에 걸린 건축폐기물들이 흉물스럽게 녹슬어가고 있었다.
함께 내려간 스킨스쿠버 다이버들은 "10여 년 전 독도에 경비대 막사공사와 최근 등대를 신축할 때 쓰였던 건축자재 쓰레기 같다."며 "이 폐건축물을 울릉도로 반출하지 않고 그대로 바닷속에 버린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서도 물골 바닷속도 사람의 흔적으로 뒤덮여 있었다. 수면 아래로 10m쯤 들어가자 인근 바위들은 온통 그물로 몇 겹씩 둘러싸여 있었다. 수십 년 동안 동해안 어민들이 고기잡이를 하기 위해 친 뒤 바위에 걸려 수거하지 못하자 그대로 버린 폐 그물인 것.
또 바위 틈 사이에는 사각형 스티로폼 통발들이 뿌연 부유물들을 내뿜고 있었다. 어떤 통발 안에는 사람이 넣은 미끼를 먹으러 들어갔다 나오지 못한 물고기가 반쯤 부패한 흉한 모습으로 둥둥 떠다녔다. 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청정해역 독도 근해 바닷속 모습은 쓰레기 하치장을 방불했다.
이날 기자와 함께 2시간 가량 독도 인근 해역 수심을 살펴본 조준호(37) 씨는 "이제 독도 근해 9~32m 바닷속에는 어민들이 버린 폐 어망, 폐 그물과 건축폐기물 등의 쓰레기 때문에 고기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바다로 변하고 있다. 수중 생태계가 심각한 수준이다."고 했다.
◆아직 더 개선돼야 할 육상환경
계속된 관심 덕분에 독도 육상의 환경은 상당히 개선됐다. 푸른울릉도독도가꾸기 모임 이예균(59) 회장에 따르면 6년 전만 해도 독도는 쓰레기 하치장을 방불했으나 주둔 경비대는 물론 어민들과 시민단체들이 함께 신경을 쓰면서 쓰레기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
하지만 아직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실제로 기자가 독도를 찾은 이날에도 용도조차 알 수 없는 20여 개 이상의 고무호스와 쇠파이프, 전선이 바위에 매달린 채 얽히고 설켜 있었다. 수년 전부터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된 호스와 파이프가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비대 막사와 연결된 정화조 배출 입구 악취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특히 정화조 탱크 경우 1년에 한번 이상 침전물 수거작업을 해야 하지만, 이곳 관계자들은 "아직 한 번도 수거작업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결국 완전히 정화 처리되지 않은 오수들이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독도를 살리자
청정해역 독도 인근 바닷속이 쓰레기로 뒤범벅이 되자 정부가 뒤늦게 독도 살리기에 나섰다.
경북도는 지난해 해양수산부에 독도 바닷속 오염수준이 심각하다고 여러 차례 건의한 결과, 내달부터 국비 5억 원을 들여 '독도 클린존 사업'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올 연말까지 독도 바닷속 오염실태 전수조사를 통해 정확한 오염범위와 쓰레기 량이 파악되면 내년부터 해마다 대대적인 독도 정화사업을 벌일 방침이다.
경북도 전강원 연안보전계획 담당은 "최근까지는 독도 육상환경에만 신경을 쓴 관계로 독도 바닷속 환경오염에 대한 정확한 실태자료가 없다."며 "때문에 올해는 현황 파악에 주력하고 내년부터 대대적인 '독도 클린존 사업'을 벌여 독도를 다시 청정해역으로 환원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