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뇌정보 산업, 대구 성장동력으로

국내 석학들 집결…지자체론 첫 전략회의

홍길동 교수는 체온에 따라 온도가 자동조절되는 인공지능 쾌면침대에서 잠을 푹 자고 일어나 서재로 가서 눈을 깜박여 컴퓨터를 켠다.

SF영화 속의 장면이 아니다. 연구개발 차원으로는 이미 개발됐고 일반화될 날도 머지않았다.

이들 제품은 뇌 과학 및 인지과학을 상업화한 제품. 연구와 기술이 좀더 진척되면 손발을 사용하지 않고 생각(뇌 신호)만으로 전화를 걸고, 자동차를 조종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인지과학 등을 응용한 두뇌정보산업은 미래산업을 지배할 핵심기술로 평가받는다. 이 기술을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구도를 바꿔 놓을 수 있는 것. 두뇌정보산업은 IT, 의학(뇌공학·뇌의약학), 인문학(인지과학) 등을 망라하는 인류 마지막 산업이다. 대구시는 국내 지자체 가운데서는 가장 먼저 두뇌정보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뇌 관련 전문가들 대구집결

26일 국내 뇌 과학 전문가와 과학기술부 관계자 등이 대구에서 '두뇌정보산업 전략회의'를 갖는다. 뇌 퓨전영상 기술개발로 노벨상 후보에 올라 있는 가천의대 조장희 박사, 이수영 KAIST 뇌과학연구소장, 김경택 포스텍 뇌과학연구센터 소장, 이상민 제4세대 뇌연구 R&D 방향 연구 책임자(인하대 교수) 등 뇌 연구 석학들이 참석한다.

'뇌 박물관' 설립을 주창하고 있는 박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지역에서는 강신원·서보혁·김명남·박세영 경북대 교수, 손정영 대구대 교수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석, 대구시의 두뇌정보산업 계획 수립을 지원한다.

박학정 대구시 과학서비스 담당은 "전문가들은 지자체에서 가장 먼저 이 분야를 육성하려는 의지를 읽고 흔쾌히 동참하고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두뇌정보산업의 사례

게임이용자의 생각이 캐릭터에 전달되는 '프로젝트 이포크' 헤드셋, 체온에 따라 시트온도를 자동조절해주는 쾌면침대는 이미 개발돼 있다.

모자와 헬멧의 중간쯤 되는 헤드셋 '프로젝트 이포크'는 호주 이모티브가 개발한 것으로 3차원영상 D게임 속의 캐릭터와 한몸이 된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아도 캐릭터는 내 생각대로 움직이고, 내 기분대로 표정도 짓는다.

쾌면침대는 일본 마쓰시다전기의 작품. 지난해부터 고급호텔에만 설치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는 가정용으로도 판매한다. 사람의 뇌파흐름을 체크해 정확한 몸 상태를 확인하고 최적의 수면상태가 되도록 시트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선진국 뇌(인지) 과학 개발추세

선진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이미 연구에 착수, 현재 모든 산업의 기초학문처럼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미국은 국립과학재단에서 나노, 바이오, 정보기술과 함께 인지과학을 핵심과제로 연구하고 있다.

인지과학의 중요성은 그 응용범위가 무한대에 가깝다는 데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독일 막스프랑크 인지과학연구소 학자들은 올해 초 사람의 마음을 읽고, 취하려는 행동을 미리 판별할 수 있는 고해상도의 뇌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개발했다.

선진국들은 향후 세계 경제지도를 바꿀 5개 발명품으로 추정, 연구경쟁을 하고 있다..

국내는 KAIST, 가천의대를 중심으로 연구 중이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 과기부는 1998년 제정된 '뇌촉진법'에 따라 올해까지 1단계 '뇌연구개발기본계획'을 수행했다. 2008년부터 연구 산업화를 위한 제2단계 개발사업을 시작한다.

◆대구시 구상

이수영(KAIST)·조장희(가천의대) 박사는 "IT·의료 인프라, IT기반의 2011세계 육상경기대회 개최 등으로 대구시가 두뇌산업을 선점하고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고도 좋은 발상"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뇌 연구 사업방향이 설정되는 2단계 뇌 연구사업에 기획단계에서부터 전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제시해 지식기반의 두뇌정보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추진한다.

시는 두뇌관련 기반산업인 생체정보산업 및 오감정보산업 중의 하나인 차세대 PC기반의 웨어러블 컴퓨터 산업을 추진 중에 잇다.

시는 ▷뇌질환 치료(의약·전자) ▷지능시스템 개발 ▷감각기능관련시스템 ▷뇌기능 증진·교육 ▷명상·서비스 관련 분야를 망라하는 산업화 전략을 짜고 이 가운데 대구가 특화할 분야를 우선 추진키로 했다.

시는 이를 위해 가칭 두뇌정보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뇌연구와 관련된 공학분야 및 서비스산업 분야 사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할 계획. 클러스터의 경우 대구테크노폴리스 내 6천700평 규모로 KAIST 등과 함께 연구소 운영, 공동장비구축, 관련업체 입주 등에 나선다.

두뇌정보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두뇌분석, 상황인식, 가상현실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구상이다.

박광길 대구시신기술산업본부장은 "뇌 산업 아이템 선정과 관련해 대구시 전체적인 산업 간 디자인이 필요하다."며 "뇌기능 증진 서비스의 경우 병원, 한의학 등 대체의학을 활용해 뇌요양센터, 뇌회복센터 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인지과학과 뇌 퓨전영상

인지과학은 단순 육체활동뿐 아니라 감정, 생각, 표현 등의 뇌 활동을 인식하고 이를 제품화하는 기술. 뇌 퓨전영상은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하나로 묶는 뇌 퓨전 영상기술로 질병 정밀 진단·예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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