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세계육상대회를 유치했다. 인천은 아시안게임 개최권을 따냈다. 나라에 영광이 찾아온 듯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님이 드러났다. 인천의 3천만 달러 무상 지원이 알려진 게 계기였다. 돈으로 좌우하려는 게 과연 스포츠정신에 맞느냐는 회의가 일었다. 작고 돈 없는 나라야 어디 명함이나마 내밀 수 있겠느냐, 한국이 국제스포츠계의 봉이 되겠다는 거냐고도 했다. 틀림없이 일리 있어 보이는 반성이다.
부하가 잘못하면 그 상관에게 '지휘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다. 경찰에서는 公務(공무)가 아닌 사생활을 두고도 그런다고 했다. 어떤 하급자가 형사 범죄를 저질러도 계장'과장이 줄줄이 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쳐왔던 이 관행을 두고 근래 회의론이 제기됐다. 그 자체로도 터무니없는 일, 경찰 내부적으로는 人治(인치)의 빌미가 되거나 징계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행위, 대외적으로는 민심을 무마하려는 속임수라고 했다. 곰곰 생각하니 비판 쪽 말이 더 맞는 듯하다.
제갈량이 유비에게 올린 '출사표'는 흔히 천하의 명문장으로 치켜세워져 왔다. 하지만 중국의 한 역사학자가 최근 이 글을 중학 교과서에서 빼자는 제안서를 국가에 냈다. 백성의 안위를 도외시한 채 전쟁을 부추기는 '어리석은 충성심'을 조장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 대신 추천된 건 위나라 황제에게 올려진 '止戰疏(지전소)'였다. '전쟁을 중단하고 백성의 평안과 복리에 힘써라'며 황제를 압박했던 民本(민본)주의 청원이라고 했다.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참사가 발생하자 한국이란 나라에 통째로 난리가 났다. 한민족 전체가 죄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미국 주재 대사마저 "(희생자 수만큼) 32일간 자성하며 금식하자"고 제안했을 정도였다. 우리 교민들이 보복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당연히 따라붙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바로 이런 사고방식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고 했다. 그게 왜 민족의 문제냐는 것이다. 덕분에 국내에서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는 양상이다. '천박한 민족의식' 탓인지 살피자는 반성론까지 나왔다.
바른길에서 적잖게 벗어났으면서도 예사롭게 통용되는 思考(사고)가 있음을 일깨우는 사례들로 보인다. 그런 차이까지 제대로 분간하는 사람이라면 지성인으로 존경하고 따라서 잘못이 없지 않을까 싶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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