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내다보니 느티나무가 녹색의 잎사귀를 뽐내고 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여린 연둣빛을 띠었고 그전에는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내 을씨년스러웠는데 말이다. 가시나무는 암술을 둘러싸고 있는 수술을 보호하려고 5장의 흰 꽃잎을 펼쳐내 치장하므로 앙상한 본래의 이미지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땅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들은 계절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고 또 색깔을 뽑아내고 향기를 뿌린다. 움직일 수 없는 나무들은 그 지루한 일상을, 시간을 매개로 해서 아름다움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골목길에는 흙이 있는 곳마다 온갖 잡초들이 자라고, 민들레는 노란 꽃을 피운다. 그리고 그 지루함이 극에 달하면 홀씨가 되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 매여지게 된다.
집에서 키우는 개들은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수가 있어 끈으로 묶어 놓게 되어 있다. 1.5m 내외의 끈에 하루 종일 묶여 있는 것이다. 용변을 위해 잠시 풀어줄 수 있지만, 하루에 1시간을 넘지는 못한다. 사람들의 친구가 된 개들은 그 대가로 평생 95% 이상의 시간을 묶여 있어야 한다. 한줌도 안 되는 불편한 자유를 위해 삶의 95% 이상을 묶여 일정한 공간에 갇혀 지내는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 할까? 개들의 표정은 그 무료함을 즐기며 때로는 황홀해 하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생명들은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자기의 상황을 즐기게 돼 있다.
사람들은 하루를 대략 3등분해 사용한다. 즉 8시간은 일하거나 공부하고, 8시간은 자고 나머지 8시간은 여유를 가지고 자기를 정비하는 시간이다. 일하는 시간은 줄이고 여유로운 시간을 더 가지려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주 40시간을 일하는 곳이 생겨나 일주일에 이틀은 일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직업들이 생겨났다. 즉 인생에서 25% 정도 시간만 일에 매여 있게 된 것이다. 선택받은 분들만의 여유로움이다!
'월화수목금금금'하면서 일주일을 보낸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하루에 보통 10~14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시간도 일을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만 이해된 시절이다. 일하고 자고 또 일하고의 연속이었다. 물론 지금도 비슷한 환경에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지금처럼 잘사는 것은 이런 열심들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업한 치과의사들은 대개가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을 한다. 옛날보다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인생의 40% 이상 시간을 일과 연관돼 보내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매여 있는 시간들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필드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사용하는 단위는 주로 ㎜이다. 하는 일들은 늘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도 갖고 있다. 즐거워하는 이야기보다는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사람들은 일을 즐겨야 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긍지와 감사를 느낄 수가 있어야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은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줄 수밖에 없다. 우리들은 이 스트레스를 보람으로 긍지로 그리고 즐거움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봄에 꽃을 내는 나무들처럼 말이다.
최성진(최진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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