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도 환한 봄날
이종문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浩然亭 대청마루를 자질하며
건너간다
우주의 넓이가 문득, 궁금했던 모양이다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浩然亭 대청마루를 자질하다
돌아온다
그런데, 왜 돌아오나
아마 다시 재나 보다
시를 뜻만으로 읽는 것도 그렇지만, 재미만으로 읽는 것은 더욱 딱한 노릇이지요. 뜻과 재미를 아우르는 데서 시를 읽는 참맛이 생겨난다면, 이 작품은 하나의 전범이 될 만합니다. 기발함이 기발함을, 단순함이 단순함을 넘어서는데요. 재치와 관찰력 따위로 적당히 얼버무릴 수 없는, 어떤 현현함이 거기에 있습니다.
자벌레는 이름 그대로 온몸이 자지요. 어디건 몸이 닿는 순간 자질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게 다 우주의 넓이에 대한 궁금증 때문인 줄은 미처 몰랐군요. 아무 데나 자를 갖다 대기는 시인 또한 한 맞잡입니다. 예도옛날부터 저 삼라만상에 시인의 자가 닿지 않은 것이 어디 있던가요?
浩然亭(호연정)의 '浩然'이 또 아주 격에 맞는 상상의 공간을 내어줍니다. 일부러 겨를을 내어서라도 그 대청마루를 찾아 볼 일입니다. 누가 압니까? 게서 혹 활연 대오한 '척확거사'라도 만날는지….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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