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배가 아파서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을 두 곳이나 찾아갔는데, 다른 병원에 가보라고 하더군요. 응급실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요?"
김모(40·여·남구 대명동) 씨는 20일 오후 10시쯤 중학교 2학년 딸이 배가 아프다고 해서 소아과병원을 찾았다. 그곳 의사는 맹장염(충수돌기염)이 의심되니 대학병원에 가라며 진료소견서를 써 줬다. 김 씨는 바로 A대학 병원 응급센터로 갔다. 진료 신청을 하고 아무런 검사도 받지 못하고 30분쯤 기다린 끝에 당직 의사로부터 "지금 간이식 수술을 하고 있어서 맹장염 수술이 어려우니 다른 병원에 가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김 씨는 다시 B대학 병원에 갔다. 그곳에서도 '외과에 문제가 있어서 수술이 어렵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분통이 터진 김 씨는 "다른 병원이라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 끝에 의사로부터 2개 병원의 이름을 듣고 다시 달서구 감삼동에 있는 K병원에 가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김 씨의 딸은 무의촌(無醫村)도 아닌 대도시에서 맹장염 수술을 받기 위해 달서구 송현동(소아과병원)에서 2곳의 대학병원 응급실을 거쳐 달서구 K병원에 이르기까지 2시간을 헤매야 했다.
이에 대해 환자를 봤던 B대학 병원 의사는 "응급한 상황이 아니라서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보냈다."고 했고, A대학 병원측은 "급한 간이식 수술 때문에 외과의사들이 모두 동원돼 다른 수술을 할 상황이 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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