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삼덕치안센터 사이 쇼핑골목. 늘어선 상가 곳곳에 '폐업' '임대 및 매매'라는 글귀가 나붙어 있었다. 개점휴업 상태인 상가들도 대부분이 주인과 업종이 바뀌어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 한가운데 있던 한 대형 커피전문점도 최근 문을 닫았다. 한 여성보세의류점 주인(33·여)은 "초기투자금 8천여 만 원만 되찾을 수 있다면 문을 닫고 싶은 심정"이라며 "몇 개월 사이 두세 차례 주인이 바뀌는 점포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동성로 엑소더스'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저층 건물의 꼭대기층은 입점을 꺼려 대부분 비어 있는 데다 전세를 또 전세놓는 '전전세'도 수요가 없어 '공실(空室) 점포'가 계속 늘고 있는 것. 적자 영업을 계속하다 폐업한 점포에는 이동통신사 영업점이나 중국산 저가 액세서리점, 신발가게, 속옷가게 등이 들어오고 있지만 이들도 대부분 '반짝 영업점'으로 그치면서 동성로의 빈 상가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동성로 일대의 사업자등록수가 약 7천 곳 되지만 등록하지 않은 곳까지 더하면 점포만 1만 곳이 넘을 것"이라며 "그러나 해마다 빈 점포가 늘어 현재 공실률이 30%가 넘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제일서적 자리에 '스타벅스'가 들어서는 등 대부분 건물 1층의 빈 점포마다 커피빈, 파스구찌, 다빈치 등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입점하면서 빌딩 2, 3층이 주요 영업점이었던 카페, 커피숍 등도 잇단 폐업위기에 놓였다. 한 커피숍 매니저는 "테이크아웃 커피숍이 코너에 하나씩 생기면서 권리금이 폭락했다."며 "벌써 몇몇 커피숍은 리모델링을 준비하거나 임대, 매매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락, 파티 등 초대형쇼핑몰의 등장도 상인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이금탁(40·의류점) 씨는 "동성로에 점포 하나만 얻으면 대박이라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라며 "이 일대에 곧 대형쇼핑몰이 들어서면, 걸어가며 쇼핑하는 동성로는 더욱 쇠퇴될지도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동성로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임차수요가 많고 안정성이나 수익성도 그나마 괜찮은 중심상업지역인 만큼 고객 만족 등에 적극 나서면 경쟁력을 다시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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