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유관 기름 빼내기 혈안…곳곳에 구멍 '숭숭'

대형사고·환경오염 비상

국가산업의 근간이 되는 송유관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국내 송유관은 1천81km의 전국송유관(울산~경기 성남)과 SK송유관(울산~대구), 미군송유관(평택~성남) 등 총 1천300km. 서울~부산 거리보다 3배 정도나 되다 보니 '뚫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다. 특히 범행이 갈수록 전문화돼 드릴과 전기모터 등 공구는 물론 기름 유출 신호감지 시스템에 걸리지 않기 위해 유압계까지 사용하고 있다.

◇구멍 뚫린 송유관=25일 수천만 원 상당의 매설물탐지기 등 고가의 장비를 동원해 경산 진량을 지나는 송유관에서 휘발유 등 28만ℓ(3억 7천만 원 상당)를 빼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새벽 울산에서는 송유관에 구멍이 뚫려 일대가 기름으로 뒤덮였는데 인근에서 드릴과 파이프 렌치 등의 도구가 발견돼 경찰은 기름 절도단의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지난달 21일에는 김천에서 감시카메라 3대까지 동원해 7개월 동안 휘발유와 경유 등 223만 2000ℓ(29억 원 상당)를 빼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대한송유관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드러난 송유관 기름 절도는 8건. 그러나 적발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위험천만한 송유관=대한송유관공사는 송유관에서 일정량의 기름이 유출되면 자동으로 이상 조짐을 감지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장치에 감지되지 않을 정도의 기름을 빼낼 경우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공사 관계자는 "일정 압력이 유지되도록 펌프가 돌아가기 때문에 유압계를 동원하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올해부터 송유관 순찰팀(Pl.P; Pipeline Petrol)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송유관 파손에 따른 대형사고 위험과 환경오염. 지난해 11월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컨테이너 화재의 경우 진압 중 송유관 절도 현장이 드러나 참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훔친 기름을 저장해둔 기름 탱크에 불이 옮아붙었을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

송유관 파손 및 환경오염도 문제다. 송유관을 뚫을 경우 송유관이 심각하게 파손될 수 있고 구멍을 제대로 막지 못해 심각한 환경 파괴나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박동일 대한송유관공사 영남지사 관리운영부장은 "송유관 기름 절도는 피해액도 크고 사고 위험성도 높지만 일반 절도범과 형량이 비슷하다."며 "송유관안전관리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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