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오빠의 마음 바구니에 가득

지난 주말, 생각지도 않은 오빠의 점심 초대에 갔더니 마침 그날이 오빠의 생일날이었습니다. 날짜를 미리 기억하지 못한 것도 미안했고, 맘이 담긴 선물 하나 챙기지 못한 것도 참 부끄러웠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라며 내놓은 싱싱하고 빨간 딸기가 어찌 그리 탐스럽고 맛있어 보이던지 저는 염치 불구하고 주섬주섬 먹기에 바빴지요.

"올해 처음으로 먹어보는 딸기인데 진짜 달고 맛있네. 에구∼딸기 한번 배 터지도록 먹어봤음 소원이 없겠다."라는 말까지 해 가면서 말입니다.

요즘 과일값이 얼마나 비싼지 한 바구니 5천 원하는 딸기를 두 바구니 사와도 한자리에 앉아 게 눈 감추듯 먹고 나면 "에구∼ 차라리 그 돈으로 소고기 사서 국이나 끓일 걸" 하는 후회가 금방 생깁니다.

대학생만 3명인 우리 집은 시대에 맞지 않게 궁색을 떨지 않으면 안 된답니다.

그런데 일요일 다 저녁에 오빠가 불쑥 저의 집엘 왔습니다. 같은 대구에 살아도 송현동이고 방촌동이라 왕래가 그리 잦지가 않거든요. "이거 실컷 묵어라."하고 내려놓은 딸기 네 바구니.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오빠가 마침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딸기 농사를 짓는 동창 친구한테 딸기 다섯 바구니를 얻어오면서 제 생각이 나 내려주고 간다고 들른 거랍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가슴이 찡한지? 남매는 이래서 남매인가 봅니다. 겉으로 표현 잘 안 해도 마음으로 더 깊이 생각하는 그런 혈육이 바로 남매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날, 오빠가 갖다 준 딸기는 그냥 딸기가 아니라 너무 소중한 보석 알맹이 같아서 그냥 먹어치우기엔 너무 아까웠습니다.

아껴 아껴 먹고 또 먹고. 그렇게 한 알 한 알 먹으며 오빠의 따스한 마음을 느껴보았습니다.

권미영(대구시 동구 방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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