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탤런트 이순재(73)의 애칭은 '야동 순재'다. 화장실에서 가족 몰래 야한 동영상을 보고 인터넷에 '악플'(악성 댓글)을 다는 별난 노인 역이다. '야한 것'에 대한 이끌림은 나이와 상관이 없는가 보다.
음란물은 인터넷의 음습한 곳에 둥지를 틀고 어둠의 경로를 따라 유통된다. 그러다가 포털 사이트같은 공개된 장소에 노출되면 어김없이 사회문제로 번진다. 최근에는 지난달 야후 코리아에 음란 동영상이 노출된 사건을 필두로 국내 포털 사이트들이 음란물 때문에 홍역을 겪었다. 정부는 유례없이 강력한 음란물 규제책을 들고 나왔다. 인터넷 음란물과의 전쟁은 과연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야동에 심란한 포털들
야후 코리아 음란 동영상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인터넷 음란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규제의 강도도 전에 없이 강하다. 음란물 노출을 방조한 사실이 확인된 포털 업체에 대해서는 최대 영업정지 또는 전년도 기준 매출액의 100분의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매기겠다고 밝혔다. 음란물을 올린 사용자 이외에 운영자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포털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사용자 게시물들이 워낙 방대해 이 중에 음란 콘텐츠를 선별해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70명의 모니터링 인력을 운용하고 있는 네이버(www.naver.com)는 인력을 더 보강하겠다고 했다. 동영상 화면의 색상을 기계적으로 분석해 피부색 비중이 높은 것을 음란 의심물로 분류한다는 묘안도 짜냈다. 다음(www.daum.net)은 24시간 신고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며, 불법 사용자들에 대한 회원 자격 박탈 규정을 삼진아웃제에서 1회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판도라TV(www.pandora.tv)의 경우 매일 올라오는 6천 건의 동영상을 40여 명의 인력들이 순환근무제로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모든 동영상을 32배 속도로 빨리 돌려봐 음란물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음란물 솎아내기 백태
음란 동영상을 걸러내는 데는 여간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때문에 소프트웨어로 음란물을 걸러내는 필터링 기술 개발도 진전되고 있다.
지란지교소프트는 음란물 방지 소프트웨어인 '엑스키퍼'를 판매하고 있다. 특정 음란 동영상에 있는 고유의 정보를 추출해 목록을 만들고 여기에 포함되는 동영상이 실행되는 것을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회사가 바이러스 파일을 분석한 뒤 백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회사는 국내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음란 동영상의 96% 수준인 130만 개의 동영상을 수집해 그 안의 고유 데이터를 추출해 냈다.
컴퓨터에게 음란물을 가르쳐 판별케 하는 기술도 있다. 세종대 컴퓨터 공학과 유성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음란 동영상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입력하는 방법으로 컴퓨터에게 음란 동영상의 패턴을 가르친다. 수 많은 '야동'을 본 컴퓨터는 동영상의 음란성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 컴퓨터를 가르치기 위해 연구팀은 8천500개의 야동을 입력했다고 한다. 이 소프트웨어에 의한 음란 동영상 판독 성공률은 97% 수준이라고 한다.
썸네일 화면을 만들듯 동영상의 주요 장면을 추출해 음란성 여부를 판독하는 기술도 나왔다. 디지트리얼테크놀로지가 오는 9월 중 개발을 마무리 지을 예정인 '유해 동영상 분석 및 검출 시스템'은 동영상 프레임의 특징값을 추출해 데이터 베이스화하는 기술이다. 유해 동영상의 유포자와 유포 시점까지 판별해 낼 수 있다고 한다.
◆포털 단속, 반쪽 대책
AV는 오디오·비디오의 준말이다. 문제가 안 되는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한때 일부 포털 사이트는 이 단어를 금칙어로 운용한 적이 있다. '어덜트 비디오'(Adult Video·성인비디오)의 약자이기도 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처럼 네이버 등 포털은 미성년자들의 음란 콘텐츠 검색을 막기 위해 금칙어 수백 개를 정해놓고 있다. 검색창에 금칙어를 입력하면 성인인증을 요구한다.
그러나 국내 포털들이 이렇게 하더라도, 구글 등 외국 검색사이트에서의 음란물 검색을 차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글 코리아가 지난 19일 공개한 인기검색어를 보면 1위가 '야동'이었고 2위 '무료야동', 3위 '섹스', 4위 '동영상', 5위 '야애니', 7위 '포르노', 8위 '노출', 9위 '성인' 등 상위권 검색어 대부분이 음란물과 관련된 것이었다. 국내 포털들이 금칙어를 설정하자 야한 콘텐츠를 찾아 국내 네티즌들이 구글로 몰리는 이른 바 '풍선효과'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포털보다는 P2P, 당나귀, 웹하드 등이 정작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들 서비스에는 포르노 및 '몰카' '근친상간' 등의 문제성 콘텐츠들이 버젓이 나돌고 있으며 청소년 및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내의 유명 P2P 사이트에 접속해 '한국'이라는 '건전한' 키워드를 쳐봤다. 그러나 금칙어라는 안내문과 함께 검색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 야동'이라는 제목의 음란물이 많다는 이유로 사업자 측이 금칙어로 정해놓은 탓. 반면 '대학생'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니 필설로 옮기지 못할 만큼 음란한 제목의 동영상들이 수십 건 검색되는 어이없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아예 해외음란사이트 주소(URL) 215개에 대한 국내 네티즌들의 접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규제 정책이 성적(性的) 콘텐츠에 대한 성인들의 볼 권리를 침해하고 인터넷에 대한 인위적 통제를 부른다는 반대론도 있다.
'성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시민연대'를 기치로 내건 사이트 코프리넷(http://kofree.net)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할 인터넷 공간의 정보들이 정부에 의해 가위질되고 검열되고 있다."며 정부의 인터넷 검열과 필터링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 키워드
■ P2P
인터넷상의 정보는 포털 사이트의 검색 엔진을 거쳐 찾는 경우가 많지만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PC로부터 직접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데 이를 P2P 서비스라고 한다. P2P 서비스를 이용하면 검색은 물론이고 개인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다. 미국 냅스터와 소리바다 등이 대표적인 P2P 서비스다. Peer to Peer의 약자.
■당나귀
음악과 영화 공유를 위한 P2P 공유 네트워크를 말한다. '당나귀 네트워크'(eDonkey network)의 준말이다. 파일을 중앙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사용자들의 PC끼리 직접 교환한다. 당나귀 서버는 사용자 PC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잘 알려진 당나귀 네트워크로는 ▷eDonkey2000 (당나귀2000) ▷eMule(에뮬) ▷프루나 ▷동키호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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