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보는 치자꽃이 얼마나 예쁜지 아세요? 마치 흰 장미 같아요."
두 달 전, 18층 아파트로 이사온 김귀선(57·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는 아파트가 새삼 삭막했다. 십 수년 동안 아파트 3층에 살면서 창 밖의 아름다운 나무들을 제 집 정원처럼 감상하다가 갑자기 나무 풍경을 빼앗기자 아파트가 살풍경으로 느껴진 것.
김 씨는 고심 끝에 한 달 전, 아파트 발코니를 정원으로 꾸몄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정원으로 향해요. 나무와 풀 앞에서 차 한잔 마시다 보면 식물들이 마치 친구같아요." 공기도 맑아져 처음엔 싫어하던 남편도 이젠 김 씨보다 정원을 더 좋아하는 눈치다.
주부 김신혜(31·대구 남구 이천동) 씨 역시 한 달 전, 발코니에 정원을 만들었다. 그 후 김씨네 가족에겐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민서(7), 준하(6)와 함께 아침마다 새싹이 얼마나 자라났나 관찰하는 것. 식물마다 이름표를 붙여놓으니 아이들에게 자연공부가 따로 없는 셈이다.
김 씨는 정원 한 쪽에 나무로 된 평상까지 설치했다. "창가가 따스해서 아이들이 좋아하거든요. 평상을 설치한 후론 자연히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어요. 책도 보고 놀기도 하는 다용도 공간이 됐죠."
김 씨가 발코니를 정원으로 바꾼 후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아이들의 정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초록 식물이 집 안에 위치해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뿐 아니라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공기가 달라진 것을 느낀다.
아파트 발코니를 확장하는 가구가 늘면서 확장된 공간에 정원을 꾸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내 정원은 삭막한 생활공간을 생명이 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뿐만 아니라 유해전자파를 줄이고 실내 온도 및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푸른 계절, 집안에도 푸른 빛 가득하게 꾸며보는 것은 어떨까. 실내조경업체 마이홈가든(www.mhgarden.co.kr) 김천석 사장의 도움말로 발코니에 정원을 꾸미는 방법을 알아본다.
발코니에 정원을 꾸밀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방수 및 배수처리. 발코니는 대부분 타일로 마감돼 있거나 바닥재를 깔아 높이가 거실과 같다. 이 때문에 타일이나 바닥재 위에 화단을 설치할 경우 장기적으로 누수 위험이 있어, 반드시 방수 시트를 깔고 배수구를 따로 내준다.
물이 잘 빠지도록 플라스틱으로 된 배수판을 깔고 그 위에 원예용 부직포를 덮어 토양이 배수구로 빠져나오는 것을 방지한다. 흙은 실내에 벌레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멸균된 인공토를 써야 한다. 흙을 깔 때는 배수용 인공토를 바닥에 먼저 깔고 배양용 인공토와 배양토를 섞어준다. 인공토는 100ℓ 한 포대 기준 7천~9천 원 수준이며 배수판은 1개(50㎠)당 2천∼3천 원 수준. 하중을 고려해 튼튼한 것을 고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원에 심을 식물을 고르는 일. 식물은 당장 보기 좋은 것보다 1년 내내 보고 즐길 수 있는 식물을 고르는 것이 좋다. 발코니 환경을 고려해 하루종일 햇볕이 드는 양지엔 벤자민, 아라우카리아, 피쿠스아리, 꽃베고니아 등 양지 및 반양지 식물로,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은 드라세나과 싱고니움, 쉐플레라 등 반음지 및 음지식물을 심는다. 반양지 및 반음지 식물인 야자류, 관음죽, 고무나무, 스파티필럼 등은 발코니 환경에 잘 적응하는 식물이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화분에 뿌리를 내린 식물을 골라 심는 것이 좋다. 주변 환경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서는 중심목을 우선해 키 큰 순서대로 심되 수반 및 고형물을 배치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춘다. 물주는 주기가 비슷한 식물끼리 심는 것이 키우기에 좋다.
키 큰 식물의 잎 모양과 그 아래에 배치되는 잎 모양이 서로 대비되게 배치하면 어색하지 않게 조화로운 모양이 된다. 미리 스케치한 후에 심으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동식으로 정원을 꾸미려면 플랜터 박스는 20만~30만 원, 이미 만들어 둔 이동식 화단은 1m당 50만~70만 원 수준이 든다.
마이홈가든 김천석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문의가 한 달에 1, 2건에 불과했지만 최근엔 실내 정원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특히 새집증후군이나 아토피 등 건강상의 이유로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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