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성도 상담업무 잘하죠" 남자 전화상담원 증가세

최근 택시에 지갑을 두고 내려 신용카드 3장을 잃어버린 정모(26·여) 씨는 카드회사에 분실 신고를 하면서 깜짝 놀랐다. "네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저음의 남성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온 것. 정 씨는 "카드회사 3곳 모두 전화상담원이 남성이었다."며 "전화상담원은 당연히 여성일 거라는 선입견을 깨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야기를 해 보니 오히려 믿음직스러웠다."고 말했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전화상담원을 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개성과 능력에 맞는 직업을 선호하는 젊은 남성들이 늘면서 직업 선택의 룰(?)이 깨지고 있는 것. 이들 대부분은 콜센터 업무가 많은 금융이나 통신 회사 등에서 기존의 상담 업무는 물론 여성 상담원이 처리하기 힘들었던 거친(?) 업무까지 맡고 있다.

입사 6년 차인 이헌진(34) 씨는 KT 대구고객센터에서 '만능 해결사'로 통한다. 남성 상담원이 전무했던 2002년 당시 '일반 전화 상담원'으로 입사한 그는 지난 5년간의 고객 불만 상담이나 항의 전화를 해결하며 남성 상담원의 맏형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는 "여성 상담원에게 거칠게 항의하거나, 과장이나 사장을 찾는 분들의 상담을 받다 보면 남성인 것이 오히려 강점일 때가 많다."며 "상담 업무직엔 성별 차이를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상담원 경험을 살려 고객 센터에서 후배를 양성하는 사내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 씨는 "현재 KT 대구고객센터의 남성 상담원이 9명인데 좀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성 상담원 11명이 근무하고 있는 KTF 대구통합센터의 김해진(34) 씨도 대구에서 내로라하는 '남성 상담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와 신뢰를 주는 표현력 덕분에 사내에서도 남성 상담원 중 유일하게 '불만·항의 상담'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그는 "상담 업무는 남성과 여성을 떠나 고객에게 신뢰와 함께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직업"이라고 자랑했다. 김민호 KTF 대구통합센터장 역시 '남성 상담원' 출신으로, 센터장을 맡고 있다. 1999년 일반 전화 상담원으로 입사한 그는 상담 업무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센터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김 센터장은 "남성이 상담 업무에서 오히려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며 "올해 150명의 상담 인력을 충원할 계획인 만큼 많은 남성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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