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급혼족(急婚族)

'하늘의 절반'을 의미하는 '빤비엔티엔(半邊天:반변천)'은 흔히 중국 여성지위의 상징적 용어로 인용된다. '男主外 女主內(남주외 여주내:남자는 사회, 여자는 가정)'등 남존여비적 가치관 아래 신음하던 중국 여성들은 1949년 신중국(중화인민공화국) 수립으로 비로소 해방됐다. 헌법'혼인법'남녀권익보장법 등 일련의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남녀평등과 여성권익 보호에 새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활발한 사회진출과 경제력 향상 등으로 중국여성의 지위는 급속히 높아졌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이후 개혁'개방의 물결 속에서 여성들의 일자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장경제체제로의 변화와 함께 기업은 생산성과 효율 등을 내세워 출산과 육아를 감당해야 하는 여성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취업문은 좁고, 퇴출문은 넓어졌다.

이런 가운데 취업 대신 결혼으로 새 돌파구를 찾으려는 풍조가 중국 젊은 여성들 사이에 번지고 있는 모양이다. 직장 찾느라 스트레스 받느니 좋은 남편을 서둘러 구하려는 이른바 '지훈주(急婚族:급혼족)'의 등장이다. 결혼정보업체의 대규모 맞선, 미국으로 함께 여행하면서 배우자를 고르는 프로그램 등이 속출하고 있다고. 어저께 항저우(杭州:항주)의 한 결혼정보업체 주최 맞선에 참석한 1천여 명의 여성 중에도 15%가 대학 및 대학원 재학 여학생이었다고 한다.

'지훈주'들에겐 4有(유), 즉 돈'부동산(아파트)'자가용'대졸 이상 학력의 네가지를 갖춘 남성이 인기라 한다. 결국 '경제력'과 '학력' 두 가지인데 실리를 추구하는 그네들답게 경제력을 월등 중시한다는 것이다.

우리사회도 구직 포기자 포함 청년 실업자 100만 명(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이 넘을 것으로 추정될만큼 청년 '백수'가 범람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는 '취집(취직+시집)'이라는 자조적인 유행어가 나올 정도여서 중국의 '지훈주'풍조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재작년 국내 모 결혼정보업체의 관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결혼 적령기 젊은이들은 배우자를 고를 때 학력'연봉'출신 고교'종교 이 네가지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4有 중 3有가 경제력인데 반해 한국 청년들은 '학력'을 최우선시하는 것이 대조적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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