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子(부자)는 용감했다. 富者(부자)도 용감했다. 그러나 공권력은 無力(무력)했다. 역시나 金力(금력)이 최고다. '부자유친'도 맞는 말이다. 父子有親(부자유친)? 五倫(오륜)의 하나로, 부모는 자식에게 인자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존경과 섬김을 다하라는 말이냐고? 아니다. 인터넷에서 膾炙(회자)되는 '신 四字成語(사자성어) 놀이'로 풀이해야 뜻이 이해된다.
한참 철지난 유행이지만 모르는 분을 위해 설명하면 '부자유친'은 "부잣집 아들과 유난히 친하게 지내라"는 뜻이다. 부잣집 도련님과 술집에서 시비를 벌인 뒤 몰매를 맞고 죽을 고생을 한 젊은이들은 진작 인터넷 서핑이라도 하면서 이 말을 알아둬야 했다. 무슨 얘기냐고? 국내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재벌 總帥(총수)의 보복 폭행 顚末(전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보복 폭행 피해자들은 재벌 총수와 총수의 둘째 아들이 직접 쇠파이프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와 목격자만 있을 뿐, 가해자는 없다. 金力(금력) 앞에 꼬리를 내린 경찰이 50여 일이나 지나 늑장수사에 나서는 바람에 物證(물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재벌 총수의 자제는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강변했다. 재벌 총수께서도 이를 빌미로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리라. 有錢無罪(유전무죄), 無錢有罪(무전유죄). 그 특권 의식, '황제 의식'을 패주고 싶은 사람이 적잖을 게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래서일까. 父子(부자)의 정을 소재로 한 적잖은 영화가 개봉했거나 개봉 대기 중이다. 하지만 영화계는 흥행 기대를 접어야 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다. 영화보다 더 생생하고 눈물겹고(?) 액션과 스릴까지 포함한 블록버스터 實話(실화)가 바로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터에 영화가 눈에 들어오겠느냐는 비아냥이다.
자식은 부모에게 分身(분신)과 같은 존재이며 활기와 희로애락의 원천이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 사이는 人倫(인륜)이 아니라, 天倫(천륜) 즉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했다. 재벌 총수에게 미국 명문대에 다니는 아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자식일 것이다. 그러나 귀여운 자식에겐 매를 들라 했다. 제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폭력 부모에게는 '호래 자식'밖에 나오지 않는다. 좋은 부모 되기 참 어렵다는 말을 되뇌어야 하겠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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