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성구가 흔들린다…위기 신호 곳곳서 감지

한달 아파트 거래 600건…종부세 겁나 입주 기피

'수성구'가 심상치 않다.

몇 년간 이어진 부동산 붐을 타고 '대구의 강남', '수성 불패' 등의 수식어를 만들며 대구·경북 지역 부동산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맡아왔지만 최근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탓이다.

지난 3월 수성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도 건수는 모두 600여 건. 건설교통부가 전국 아파트 거래량 통계표를 만들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이후 최악의 거래량이다. 3월이 전형적인 '봄 이사철'이지만 지난 1월의 880건과 설 연휴가 있었고 날수가 적은 2월의 620여 건보다 20여 건이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3월 수성구 거래량이 1천600건, 가을 이사철인 11월에 1천500여 건이었고 대구 지역 전체 3월 거래량이 2월에 비해 600여 건 늘어난 3천500여 건인 것과 비교하면 '중증'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중개업을 시작한 이후 이렇게 위기감을 느끼기는 처음입니다. 집을 사겠다는 전화가 어쩌다 걸려오지만 매도자 속을 뒤집어 놓을 만한 가격만 제시한 채 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대구·경북 부동산분석학회 감사를 맡고 있는 권오인 중개사는 현재로서는 '수성구의 희망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업소가 수성구에만 800여 개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전·월세를 빼곤 한달에 한 건도 거래를 못한 업소가 몇백 개가 되는 셈"이라며 "수성구에만 11만 채의 집이 있는데 도무지 꼼짝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성 위기'의 원인으로 '세금 중과'와 '1·11' 부동산 대책에 따른 심리적 영향을 꼽고 있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경북 지사장은 "다주택에 부과되는 50%의 양도세와 보유 주택 합계가 6억 원이 넘는 경우 나오는 종부세가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수성구에 집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몇 년간 이어져온 아파트 가격의 '고공행진'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3월 이후 거래량이 더욱 줄어든 데에는 '2007년분 보유세' 여파가 한몫을 하고 있다.

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이 다가오면서 절세를 위한 신규 아파트의 '입주 기피'와 함께 중대형 아파트 매매 위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수성구 범어동 중개업소인 부동산 하우스 이성희 소장은 "지난해 연말 종부세를 부과받은 고객일수록 '세금 위력'에 대해 상당한 걱정을 하고 있다."며 "줄어든 거래량이 3월 이후부터는 보유세 영향까지 겹쳐 중대형은 매수세가 완전히 끊어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유세가 위력을 떨치는 것은 올부터 입주하는 아파트의 분양 가격이 고가인데다 과표와 공시지가 상승으로 지난해보다 납부해야 할 보유세는 더욱 증가한 탓이다. 실제 주택합산분이 8억 원인 경우 올해 내야 하는 재산세와 종부세 합산은 400만 원을 넘게 되며 10억 원이면 종부세 260만 원을 포함해 660만 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대형 평형이 많고 분양 가격이 평당 1천만 원을 넘었던 내달 입주 예정인 수성구 지역 A아파트는 올 들어 프리미엄이 떨어진데다 보유세 영향까지 겹치면서 시공사는 초기 입주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수성 불패'가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란 '희망의 예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입주 물량이 8천여 가구로 최근 10여 년간 가장 많았지만 올해 예정 물량은 절반 수준인 4천 가구인데다 지난해 가을 이후 신규 분양 물량이 격감하고 있어 '수급 체제'가 안정되면 다시 가격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분양 대행사 장백의 박영곤 대표는 "수성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잠재적인 대기 수요가 항상 몰려 있는 곳"이라며 "'분양가 상한제'에다 '미분양 물량' 부담 등으로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져 거래 위축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불확실성만 어느 정도 해소되면 언제든지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진단을 했다.

즉 시장에서 '바닥 가격'에 대한 확신이 굳어지면 거래량이 다시 증가할 것이란 설명이다.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비수기인 여름철이 지난 뒤 분양가 상한제가 현실화되는 올 가을이 되면 수성구의 '미래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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