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일당 체제인 중국과 自民黨(자민당) 일당 체제나 다름없는 일본은 힘을 주체하지 못해 탈이고, 여야가 한자리에 섞여 앉기도 꺼리는 한국은 정치권 따로 국민 따로가 된 지 오래'라고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요즘 대선 정국을 지켜보는 민초들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대선에 올인하는 정치권의 몰가치와 일방주의에 자칫 나라 꼴이 절단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로지 집권을 향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정치인들에게 과연 '대한민국'을 얼마나 염려하고 깊이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대한민국과 국민이 나의 전부"라고 말하겠지만 민심은 '거짓말'이라고 대꾸할 것이 틀림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갈수록 어려운 쪽으로 기울고 있다. 경제는 물론 안보 체감지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 샌드위치론' '안보 샌드위치론'도 귀따갑게 들려온다. 우리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분석한 사람들의 이론이니 터무니없는 헛소리는 아닐 것이다. 샌드위치론이 말 그대로 이론으로 그치면 좋겠지만 이론을 반박할 반증 자료가 없으니 고민거리다. 이 이론의 골자는 한국 경제가 주름살 펴질 날 기약없고, 屈起(굴기)를 외치는 중국'일본에 맞서 스스로를 지킬 물리력도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 안보는 경제력과 외교군사력이 좌우한다고 말한다. 돈이 많거나 힘이 세야만 대국 대접받고 국제사회에서 말발이 통한다는 말이다. 이도저도 아니면 대국은커녕 제자리 지키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전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빌 에모트는 '일본 부활(The sun also rises)' 서문에서 '부유하고 빠르게 성장하며 점차 강력해지고 자신감마저 지닌 나라를 이웃으로 두는 일보다 더 나쁜 것은 우울하고 정체돼 있으며 신경질적인 나라를 이웃으로 두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에모트와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은 전자를 중국, 후자를 일본으로 연상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중국쪽에서 보면 전자는 일본, 후자는 한국으로 대입된다. 또 일본측 관점에서는 전자는 중국, 후자는 한국이 될 수 있다. 누구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갈쿠리로 끌어담듯 벌어들인 달러를 밑천으로 팽창주의 일로에 나선 중국과 '자칭 大國(대국)의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는 일본 사이에서 우리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국가비전 2030'장기계획이 뜬구름 잡듯 하는데도 '대한민국호'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말하는 사람조차 없다. 단적인 예로 실전배치를 앞둔 동북아 최강의 이지스 전투함에 마음대로 이름조차 붙이지 못하는 비굴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일본은 현재 '전후 체제의 탈피'를 모토로 제2의 히노마루(日の丸)를 꿈꾸고 있다. 1930년대 중반 군국주의 시절 일본인들이 겪은 집단 권태와도 같은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나 호황의 시대로 되돌아가자며 허리끈을 졸라매고 있다. 헌법 9조 개정이나 야스쿠니 문제, 군비 증강 등은 정치'경제'언론'교육계 요소요소에서 절치부심하는 극우보수 세력들의 구호가 된 지 오래다. 루스 베네딕트가 '국화와 칼'에서 분석한 대로 일본인의 영원불변의 목표인 명예를 되찾고 타인으로부터 존경받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일본 지상주의'를 실현하는 길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빌 에모트는 "일본의 향후 15년은 장밋빛"이라고 전망했다. 잃어버린 10년을 점진적이고 안정된 개혁을 통해 극복해가고 있는 일본에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중국 또한 새로운 개혁과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받겠지만 지난 15년의 활황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일본 부활'의 주제에서 벗어난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자는 예측하지 않았다. '한국 부활'을 떠올리겠지만 희망사항이다. 현재 우리 국민들의 심리적 난파 상태를 감안한다면 이를 추스르지 못하고 가다가는 '한국 침몰'이 더 현실성 있는 예측이다.
徐琮澈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경북대 '반한집회'에 뒷문 진입한 한동훈…"정치 참 어렵다"
한동훈, 조기대선 실시되면 "차기 대선은 보수가 가장 이기기 쉬운 선거될 것"
유승민 "박근혜와 오해 풀고싶어…'배신자 프레임' 동의 안 해"
"尹 만세"…유인물 뿌리고 분신한 尹 대통령 지지자, 숨져
법학자들 "내란죄 불분명…국민 납득 가능한 판결문 나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