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금지가 열정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토마스 하디의 '쥬드'라는 고전 소설처럼 근친 간의 사랑이라던가 이미 결혼한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랑을 경험하는 이야기들처럼 말이다. 금지된 사랑의 목록 중 가장 보편적 이야기 형태는 바로 혼외 정사, 그러니까 불륜이라고 할 수 있다. '데미지', '언페이스풀', '7일간의 사랑', '인티머시' 등등, 불륜을 다룬 영화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금지된 사랑에 대한 욕망을 갖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 금지된 사랑에 대한 욕망을 '영화'라는 형식을 통해 재현하는 것일까? 에로스를 일종의 미학으로 격상한 애드리언 라인 감독의 '언페이스풀'은 이런 심정을 감각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10년 차 부부인 애드워드와 코니, 그들의 삶에는 그 어떤 균열의 흔적도 없어 보인다. 탄탄한 중산층 가정의 재력과 귀여운 아이, 이 사랑스러운 풍경화를 완성해 주는 강아지로 이루어진 가족. 영화는 이 평범하고 안정적인 집 바깥에 불어온 때 아닌 광풍으로부터 시작된다. 유난히 바람이 많던 날, 코니는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 교외에서 사는 코니, 그녀는 뉴욕 시내로 나가 아이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데, 몰아친 바람 때문에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만남으로 인해 코니의 안정적 삶은 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영화 초반의 정서를 관장하고 있는 '광풍'의 이미지는 평이한 삶에 몰아친 욕망과 열정을 은유한다. 이 바람으로 인해 코니의 정숙한 스커트는 걷어올려지고 남자와의 만남이 매개되기 때문이다. 안정은 권태의 다른 이름이었던가? 그날이 그날 같던 일상 속에 남자의 출현은 파문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아내, 엄마 코니의 내면 속에 침전되어 있던 욕망이 뿌옇게 뒤섞이기 시작한다. 오래동안 잊고 있었던 '여자'가 깨어난 것이다.
집으로 되돌아 오는 전철 속에 앉아 웃다가 울기를 반복하는 코니, 정신이 반쯤 나간 그녀의 표정은 욕망과 일상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자의 내면을 잘 보여준다. 너무나 뜨거웠던 연인의 육체를 떠올리며 웃던 그녀는 스스로의 웃음을 책망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하지만 그 순간 다시 애인에 대한 갈망은 다시 차오른다.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는 그 남자를 보러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코니, 하지만 그녀는 결국 자신의 고급 SUV 승용차를 몰아 남자가 있는 도시로 향한다. 영화는 이 혼동을 매우 상징적인 장면을 통해 제시한다. 집으로 향하던 코니가 갑작스럽게 유턴을 하면서 자동차는 차선 변경 금지용 저지대를 들이받는다. 코니는 그 마찰음을 마치 듣지 못하기라도 했다는 듯, 금지선을 너머 욕망의 도시로 향한다.
영화의 결말은 어떤 점에서 너무나도 도덕적이라서 의외이다. 중요한 것은 이 결말이 아니라 사소한 떨림과 갈등을 잡아 낸 감독의 시선이다. 결국 불륜이란 세상이 정해 놓은 '선'을 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세상의 선택은 늘 기회비용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매력적이면서도 섬뜻한 영화 '언페이스풀'은 그래서 불륜에 대한 매혹적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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