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일을 조금 오래 했다 싶거나, 잠자리 다음 날 아침이면 으레 허리와 엉덩이 부위에 만성적인 동통을 겪게 되는 주부 이애영(35) 씨는 통증의 원인을 알기위해 비뇨기과, 산부인과, 소화기 내과 등 찾지 않은 병원이 없을 정도였다. 여러 검사와 약을 먹어 봤지만 만성 골반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참다못해 종합병원까지 간 그녀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골반 울혈 증후군.'
통계에 의하면 18세에서 50세 사이 여성의 15%가 만성 골반통을 겪는다. 원인으로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같은 소화기계나 비뇨기계 질환 때문이거나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종, 자궁근종, 복강내 유착, 난소 종양 등 산부인과 질환 등이 있을 수 있으나 이들 중 약 35%는 복강경 검사를 통해서도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골반 울혈 증후군 환자에 속한다.
◆골반 울혈 증후군이란=골반 내 혈류감소와 확장된 정맥으로 인해 만성적인 골반통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즉, 난소 정맥에 이상이 생겨 골반 내 정맥혈이 원활하지 못함에 따라 자궁과 난소 주위의 혈관이 늘어나면서 피가 고이고 그 결과, 자궁 주위에 울혈이 더욱 심해져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심리적 요인과도 관련이 있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도 골반통이 생긴다.
확장된 혈관이나 혈류감소를 진단하는 방법이 쉬워지면서 최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된 증상=평상시에는 묵직한 동통을 느끼다가 복압이 증가되는 일, 즉 장시간 서 있거나 걷거나 오래 앉아 있거나, 성관계를 가진 후 더 심한 통증이 생기지만 가만히 누워서 쉬면 통증이 다시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잠자리 후 한 번 생긴 통증은 수 시간에서 수일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성기능 장애나 우울증, 불안 장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요통, 생리통, 생리과다, 불규칙한 생리를 동반하며 배가 더부룩하거나 메스꺼움 등 전반적인 소화기계 증상과 빈뇨, 절박뇨 등 비뇨기계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이 잘 걸리나=아이를 많이 낳은 주부를 비롯해 하지 정맥류가 있거나 후굴자궁(여성의 약 10%)을 지닌 사람, 부인과적인 수술을 받았거나 자궁 내 피임장치를 사용하는 사람, 다낭성 난소 증후군, 호르몬 장애 등이 있으면 골반 울혈 증후군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다산부에게 이 병이 잘 생기는 이유는 임신 때는 평소보다 혈류량이 60% 정도 늘어나는데 이 때문에 난소정맥 부전증이 생기기 쉽다. 또 여성 호르몬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어 호르몬 장애가 있어도 이 증후군이 잘 나타난다.
◆진단은=환자의 복부에서 난소 부위를 누르면 통증을 호소하며 회음부, 둔부, 하지 등에 정맥류를 동반하기도 한다. 확진을 위해 정맥 조영술을 시행, 확장된 정맥이나 역류를 확인할 수 있으나 자궁을 통해 조영제를 주사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이 있어 초음파, 컴퓨터 단층 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를 통해 진단가능하다.
◆치료=약물과 수술적인 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는 주로 황체호르몬 제재를 먹거나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를 주사로 투여한다. 이 때 심리적인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수술은 최소한 3개월 이상 약물을 투여해도 효과가 없을 때 고려되며 난소정맥 결찰술이나 전자궁적축술을 시행 할 수 있다.
최근엔 하지 정맥을 통해 골반 내 확장된 혈관을 막는 색전술이 좋은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골반 울혈 증후군은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의 원인이나 치료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다만 만성 골반통을 호소하는 사람들 중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 이 질환을 의심하기 때문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다른 질환을 모두 감별한 후 치료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계명대학교병원 산부인과 박준철 교수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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