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옛 사람과 나누는 술 한 잔/신정일 지음/한얼미디어
답사가이자 문화사학자인 저자가 풍류를 주제로 한 옛 사람들의 글을 모았다. 풍류는 자연을 가까이 하고 맛과 멋, 운치 그리고 글과 음악과 술 등 여유롭고 즐겁고 아름답게 노는 것이 포함돼 있다. 우리 옛 선인들은 풍류를 통해 사람을 사귀었고 심신을 단련했다.
그들은 연꽃이 필 때 내는 소리를 듣기 위해 새벽에 모여 배를 띄우고 눈과 달이 소복한 매화나무 밑에서 눈을 쓸고 앉아 거문고를 탔다. 만개한 국화를 손님이라 칭하며 꽃과 술을 나누기도 했으며 달밤이면 술을 가지고 소를 타고서 산수 사이에서 놀 줄 알았다.
아름다운 여인에게 수작을 걸 때 또한 마찬가지. 조선의 한 선비가 중국에 갔을 때, 아름다운 아가씨가 수레에 앉아 길을 지나는 것을 보았다. 바로 글을 써서 미인에게 건넸다. '마음은 붉게 화장한 미인을 쫓아가고/몸은 부질없이 홀로 문을 기대고 서 있네'. 그랬더니 그 여인은 답신을 보냈다. '수레 무거워졌다고 나귀가 화를 내니/그것은 한 사람의 마음이 더 실린 까닭일세.' 웃음이 절로 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직설적 화법과 인스턴트식 사랑이 판치는 현대와는 다르게 선비들은 사랑 고백 또한 운치와 멋을 지니고 있다. 344쪽, 1만 3천 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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