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에세이] 동심 가득한 세상을 꿈꾼다

작은 생명하나도 쉬이 보지 않고 약자 위한 배려 충만한 사회되길

▲ 최춘해(아동문학가)
▲ 최춘해(아동문학가)

사회가 메마르다는 것은 동심을 지닌 사람이 적다는 말이다. 동심이란 작은 생명도 귀하게 여기고 나와 같은 친구로 생각해서 함께 놀고 싶어하고, 위험한 것을 보고는 그냥 못 지나치는 마음이다. 동심은 지금 당장 자기한테 필요한 만큼만 가지려 하지 쌓아두려고 하지 않는다. 지나친 욕심이 없다. 이것이 사람이나 생명체의 원초적인 마음이다.

가정의 달인 이달에는 어른들도 새로 돋는 새싹을 보면서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것 같다.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얼른 동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동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해마다 1년 기간으로 아동문학 강의를 하면서 느낀 점이다. 동시나 동화 등 아동문학 작품을 쓰려면 동심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반 년 안에 동심이 되기도 하지만, 1년이 되어도 안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수료하기 전까지는 대체로 동심이 된다. 처음에는 서로 낯선 사람들끼리 서먹하게 만났던 사람들이 1년 동안 아동문학 공부를 하는 사이에 끈끈한 정이 들어서 몇 십 년 사귀던 친구나 친형제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가 된다.

동심으로 맺어지면 이렇게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얼굴 표정부터 바뀐다. 처음 만났을 때는 굳어 있던 얼굴이 점점 밝아져서 천진스런 아이들 얼굴이 된다. 또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아름다워진다. 신문이나 잡지·텔레비전 등에서 본 남을 돕는 봉사자들 이야기, 또는 자신의 봉사활동 이야기, 나무 꽃 곤충 동물들이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오고간다.

또 수강생들끼리 하는 말을 들어보면, 전에는 겉모습만 보고 지나치던 것도 지금은 아이들처럼 길을 가다가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를 보아도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고, 마음의 눈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나보다 약하고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나쳐 보지 않는다는 것, 또 겉으로만 보지 않고 그들의 처지가 되어서 그들의 마음을 읽고 함께 아픔을 나눈다는 뜻이다.

아동문학 공부를 하면서 어린이들이 알 수 있게 쉽게 쓴다는 것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읽어서 무슨 뜻인지 모르게 썼다는 것은 아직도 동심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동심이 되어서 어린이 처지에서 쓴다면 저절로 어려운 한자말이나 외국어를 쓰지 않을 것이고, 내용도 어린이의 삶이 담긴 것, 동심이 바탕에 깔린 이야기가 될 것이다. 어린이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란다면 어려운 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심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평등 평화의 정신이라고 하겠다.

동심이 중요하다는 건 아는데, 동심을 가지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동심이 바탕이 된 동시나 동화 등을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우선 동시 읽기를 권한다. 그러면 어떤 동시가 좋은 동시일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만큼이나 좋은 동시의 가지 수도 많을 것이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시'가 좋은 동시라는 사실이다.

내가 근간에 읽은 동시집 가운데는 감동적인 동시집이 여러 권 있었으나 그 가운데 고광근의 동시집 '벌거벗은 아이들'(도서출판 문원)을 추천하고 싶다.

'화가 이중섭 선생님은/ 우리나라 소와 함께/ 아이들을 많이 그리셨어/ 나무에 매달려 있는 아이/ 거꾸로 선 아이/ 게에 물린 아이/ 이상한 아이들만 그리셨어/ 바닷가에서 장난치는 아이/ 꽃밭에서 뒹구는 아이/ 노는 아이들만 그리셨지/ 아이들은 노는 것도 따분한지/ 훌러덩 옷을 벗었어/ 점잖지 않게/ 고추도 달랑달랑/ 선생님은 누구도 나무라지 않으셨지/ 선생님 그림 속의 아이들은 모두 벌거숭이야.'('벌거벗은 아이들' 전문)

이중섭의 그림에서 순수한 동심을 찾아냈다. 인간 본래의 원천적인 순수한 마음이다. 동시가 일반 시와 다른 것은 동심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최춘해(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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