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11개 국책 연구기관이 지난달 말 발표한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분석'을 놓고 논란이 무성하다. 한'미 FTA 반대 진영은 국민 여론과 국회 비준동의를 의식해 성과는 부풀리고 피해는 축소하라고 정부가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분석 모델의 자의적 적용 등 '고의적 통계조작' 의혹까지 제기했다.
국책 연구기관들은 한'미 FTA 체결로 향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 6%포인트 상승, 매년 4억 6천만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미 FTA 반대 진영은 "FTA 하나의 효과로 10년쯤 뒤 6%포인트 추가 성장을 한 나라가 있느냐"며 '엉터리 분석'이라고 반박했다. 거시경제와 각 산업별 미시경제 분석틀이 일치하지 않고, 구조조정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가 감안되지 않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책 연구기관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退路(퇴로)를 열어두는 奸智(간지)는 내보였다. '구체적 수치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대신 큰 시각에서의 방향과 흐름에 중점을 두는 접근 자세가 필요하다'는 식이다. 한'미 FTA는 다수 국민의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이렇게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본란에서 누누이 강조했듯이 진단이 정확해야 정확한 처방이 나온다.
국책 연구기관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점은 인정한다. 그래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국민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정책을 정부 입맛에만 맞추는 것은 곤란하다. 국책 연구기관들은 한'미 FTA 반대진영의 요구대로 분석에 사용된 원자료 공개와 함께 검증을 위한 국회 및 학계의 조사와 공개 토론에 응하는 게 옳다.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신뢰한다면 검증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검증을 받는 게 오히려 국민을 설득하기도 쉽고, 국회 비준도 손쉬울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이 '양치기 소년'이 되기를 바라는 국민은 없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도 '잠수함의 토끼'는 못되더라도 국민 세금만 축내는 천덕꾸러기는 되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공개 검증에 나서 떳떳하게 한'미 FTA를 홍보하는 게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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