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디자이너 재발견] ③박채련

흔히 옷을 고를 때면 디자인과 색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더 있다. 바로 패턴.

크리스찬 디올, 지방시, 크리스찬 라크루아 등 명품 옷이 단순해 보이지만 입으면 더 편안한 이유는 입체패턴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일반 패턴은 신체 치수에 따라 재단용 종이에 그린 후 재단하지만 입체패턴은 사람의 인체를 본떠 만든 바디에 광목을 대고 바로 패턴을 떠내기 때문에 일반 패턴으로 만든 옷과는 착용감이 다르다.

입체패턴은 현재 패션쇼의 창작의상이나 예술작품, 명품 등에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입체패턴 디자이너가 기성복 브랜드를 런칭했다.

입체패턴 디자이너 박채련(37) 씨는 지난해 12월 입체패턴으로 제작한 기성복 의류브랜드 '릴리 컴즈'를 런칭했다. 박 씨는 디자인과 패턴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디자인과 패턴은 별개라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외국에는 디자이너가 패턴까지 다 작업해요. 평면은 몸의 라인을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잖아요."

서울의 유명 디자이너가 패션쇼 의상 제작을 위해 입체패턴을 의뢰하기도 한다. 입체패턴이 옷의 디자인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작 박 씨의 일은 드러나지 않아 섭섭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때문에 섬유업을 하고 있는 남편과 브랜드를 직접 런칭했다.

서울 전미영 씨와 공동으로 브랜드를 런칭하고 대구과 서울, 일본 도쿄에 숍을 냈는데 반응은 의외로 뜨겁다. "옷이 몸에 착 들어맞는다는 느낌이라는 말을 많이 해요. 한번 입어본 고객이 입소문을 내주시죠. 이처럼 입체패턴의 매력은 특별한 라인이 아닌데도 매끈하게 떨어지는 것이에요."

박 씨는 10여년 전 의류학 박사학위를 마치고 입체패턴에 대해 본격 공부했다. 3년 전 대구에 '서울빠리입체디자인교육원 대구분원'을 개원, 입체패턴을 알리고 있다.

박 씨가 가장 보람된 순간은 '패턴이 쉽고 재미있다'는 말을 들을 때다. 일반인도 입체패턴을 배워 옷을 쉽게 만들어내며 '재밌다'고 할 때면 패턴에 대한 편견을 깬 것 같아 기분이 좋단다. 박 씨는 앞으로도 교육의 길과 디자이너의 길을 병행할 계획이다.

"릴리 컴즈는 입체패턴으로 기성복을 만든 유일한 브랜드예요. 제대로 키워서 세계에서 통하는 명품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또 패턴과 디자인이 힘들지 않고 쉽고 재미있는 작업이란 걸 가르치고 싶어요."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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