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세상] 이미지 활용 '패러디 댓글' 붐업

▲ (사진 위)MBC 주말사극
▲ (사진 위)MBC 주말사극 '신돈'에서 신돈 역을 맡은 손창민이 미친 듯이 웃는 장면의 동영상 캡처장면. '하하창민'이라는 이름의 이 사진은 '언제까지 그따위로 살 텐가'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무수히 패러디됐다. ▲ (사진 가운데)댓글 패러디의 원조격인 \'싱하형\'. 쿵푸스타 이소룡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 (사진 아래)최근 댓글 패러디에서 인기를 모으는 카툰작가 박성열 씨의 김정일 캐리커쳐.

인터넷 세상에서 이슈가 된 사안에는 많은 댓글들이 달린다. 관련기사에 달린 댓글의 수는 그 사안의 화제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악플'로 인한 폐해도 많지만 댓글 없는 인터넷 풍경은 상상하기 어렵다. 댓글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고 사진과 그림을 활용한 패러디형 댓글들이 등장해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쇼를 하라!' 놀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출두한 지난달 2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리허설까지 해가며 출두에 대비하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정작 김 회장은 그냥 차를 탄 채 쌩하고 경찰서로 들어가 버렸다. 마침 리허설 도중 경찰서 앞을 지나는 버스 한 대가 한 언론사의 카메라에 잡혔다. 버스에 부착된 광고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쇼를 하라!'(모 이동통신사 휴대전화 광고 카피)

우연의 일치로 잡힌 이 한 장의 사진은 재벌가 총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 수사를 비꼬는 댓글로 인용되면서 각 게시판으로 퍼지고 있다.

김 회장 사건은 '300' 댓글 놀이도 낳았다. 김 회장이 2년 전 유흥업소 종업원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폭행을 한 뒤 그 종업원에게 300만 원의 합의금을 제시했다는 모 방송사의 보도가 있은 후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합의금이 온다…………300'

최근 개봉한 미국 영화 '300'의 포스터 카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사들이 온다…………300'을 패러디한 댓글이다. 영화 '300'을 패러디한 이 댓글은 기발한 풍자로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정말 웃긴다.'는 반응을 받았다.

◆'지랄한다' 놀이

얼마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을 합천군이 추진하자 인터넷의 한 게시판에는 '일해 29만 원 공원이라고 이름짓는 게 어떠냐?'는 의견과 함께 한 컷의 만화 댓글이 달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추정되는 만화 캐릭터가 '지랄한다'고 말하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카툰작가 박성열(24·대구시 북구 구암동) 씨가 2004년 여름 일본 전 총리 고이즈미를 비꼬기 위해 만든 7컷짜리 카툰의 마지막 장면에서 발췌한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독재자 김정일로부터 '지랄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황당하거나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졌을 때 네티즌들은 게시판에 이 그림을 첨부한 댓글을 올리고 있다.

아마추어 카툰작가이던 박성열 씨는 이 댓글놀이 덕을 봤다. "그냥 재미있으라고 그린 카툰인데 한 컷이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사용될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 만화가로서의 꿈을 접으려고 했다는 그는 이 카툰이 댓글놀이 소재로 뜨면서 여기저기서 섭외가 들어왔으며 지금은 일간신문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고 했다.

◆패러디 댓글의 원조 '싱하형'

이미지를 이용한 댓글 패러디의 원조 격은 '싱하형'이다.

싱하형은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에서 2004년께 악플러로 활동하던 사람의 별명. 싱하형은 항상 "형이다."라는 말로 글을 꺼낸 뒤 "한강 굴다리로 10초 안에 뛰어와라." "형이 애정이 있어서 때리는 거다." 등의 많은 욕설 어록 남겼다. 싱하형은 쿵푸스타 리샤오룽(李小龍)의 얼굴 사진을 합성한 이른바 '짤방' 캐릭터를 사용했는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싱하형의 어투를 흉내내고 리샤오룽 얼굴 사진을 합성해 이미지를 만든 뒤 댓글을 다는 놀이가 유행했다.

2005년 방영된 MBC 주말사극 '신돈'도 네티즌들로부터 흥겨운 댓글 재료가 됐다. 극중 신돈 역할을 한 손창민이 "하하하하"하며 미친듯이 웃는 장면의 동영상은 '하하창민'이라는 이름의 사진으로 캡처되어 인터넷에 퍼져나갔다. "언제까지 그따위로 살 텐가."라는 손창민의 대사는 당시 인터넷에서 최대 유행어가 됐고 네티즌들은 각종 상황에 걸맞게 사진과 대사를 패러디해 댓글로 활용했다.

◆촌철살인의 카타르시스

이밖에 2004년 한국과 중국 축구 국가대표 전에서 이을용 선수와의 몸싸움 중에 넘어진 중국선수의 오버액션 장면을 풍자한 '을룡타'를 비롯해, 만화가 고병규 씨의 두컷짜리 만화 속의 말풍선 대화 내용을 바꾸는 이른바 '조삼모사' 패러디 놀이도 각 게시판에서 인기를 끌었다.

본편보다 서플먼트(부록)가 재미있는 DVD가 있다. 추임새가 없다면 창(唱)의 매력은 반감될 것이다. 절묘하게 패러디하고 변주해 만든 댓글은 기발한 발상과 정곡을 찌르는 풍자로 보는 이로 하여금 폭소를 유발시키고 때로는 촌철살인의 카타르시스를 맛보게도 한다.

회사원 한명석(36) 씨는 "게시판을 볼 때 댓글을 많이 보는 편인데 요즘에는 그래픽 편집프로그램을 잘 쓰는 네티즌들이 많아서 이미지를 활용한 기발한 댓글들을 접할 때가 많아 인터넷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라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 키워드

댓글 : 덧붙인 답글이라는 뜻을 지녔음. 흔히 인터넷상에 꼬리말으로 불리는 리플라이(reply)을 번역해 쓴 용어.

무플 : 인터넷 게시판에 써놓은 글에 댓글이 없는 것을 말함.

무플 방지 : 인터넷상에 자신이 쓴 글에다 자신이 제일 처음 리플(댓글)을 다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쓴 글에 리플이 전혀 달리지 않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쓰곤 한다.

악플 : 악성 댓글의 준말. 다른 사람이 올린 글에 대하여 비방하거나 험담하는 내용을 담아서 올린 댓글. 악플만 일삼는 사람을 '악플러'라고 한다.

짤방 : 짤림 방지의 약어. 인터넷 게시판에 글만 올릴 때 게시물이 잘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혀 관계없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띄우는 행위 또는 그러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의미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