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이 본격화한 지 10여 년을 맞아 교육부·산자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재단, 경북대 산학협력중심대학사업단이 주관하는 '가족회사제 확산을 위한 워크숍'이 10일 대구테크노파크 벤처공장에서 열린다. 각계 대표들은 이날 산학협력의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는다.
대표들은 현재의 단선적·개별적인 산학협력 시스템을 지자체, 지원기관, 대학, 업계가 머리를 맞대는 컨소시엄 형태의 산학협력과 산학협력의 경쟁 시스템 도입을 주장했다. 또 대학은 성과를 낸 산학협력 교수에 대해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고 지역 기업과 정서를 고려한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①지역산업·경제발전을 위한 대학의 역할
②지자체가 구상하는 산·학협력
③대학의 산·학협력 가야 할 방향
④대구·경북산업구조에 맞는 산학협력
⑤산업계의 애로와 원하는 산학협력
⑥산·학 10년 반성과 개선점은
◆정인상 (사)산학연구원장
④몇몇 기업만 활용하고 있을 뿐 아직도 산학협력이 겉돌고 있다. 대학은 사업 및 경영 정보와 연구개발을 위한 네트워크를 기업에 제공해야 한다. 또 기업도 대학(교수)과 함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역대학 우수 졸업생들이 타지역으로 많이 이동하고 있다. 지역 기업과의 현장실습 학점제 등을 활용해 산학협력의 좋은 체험장을 만들면 지역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지역기업에 좋은 인식을 갖고 취업으로 연결되며 이것이 대구·경북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③기업은 대학에 점쟁이에게 물어보듯이 막연한 요구만 한다. 또 교수는 현장 경험이 없거나 부족하다 보니 현장의 가려운 곳을 꼭 집을 수가 없었다. 친밀감과 신뢰를 쌓기 위한 교류가 절실하다. '대구경북산학연 열처리협의회'처럼 대학과 기업이 친구처럼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
교수의 산학협력활동이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도 중요하다. 대학교수의 10%만 전공과 연관있는 산학협력을 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산학협력형 기술개발에 대해서는 연구개발자금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또 산학협력에도 집중과 선택 등 경쟁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준석 (재)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
⑥정부는 국가 기술경쟁력 향상의 하나로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산학협력이 대학이나 기업 어느 일방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져 실질적인 성과 도출이 적었다. 또 단발적이고 지엽적인 협력체제가 되풀이되면서 산학협력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앞으로의 산학협력은 대학과 기업 쌍방의 필요에 의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연속적이고도 체계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③새로운 산·학협력모델로 '가족회사제'를 들고 싶다. 가족회사제는 대학과 기업 간 맞춤형 교육·연구 협력을 바탕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대학은 가족회사에 연구인력과 시설·장비를 제공하고, 가족회사 수요에 맞춘 교육과정으로 개편하며, 졸업생을 가족회사로 취업할 수 있도록 연계할 수 있다. 또 기업은 대학과의 공동 연구개발·기술이전 등을 통해 R&D 역량을 확충하고 우수인력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
기업의 산학협력 촉진을 위해 특별세액공제 제도 확대 및 우수 산학협력기업 인증제 등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박봉규 대구시 정무부시장
①1990년대 후반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혁신 클러스터'가 산업정책의 화두로 등장했다. 대학도 지역 산업, 경제발전을 위해 기술개발뿐 아니라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의 애로 컨설팅까지 해주는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
앞으로의 산학협력은 지자체, 연구소, 산업체 등 이른바 지역혁신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컨소시엄' 사업형태로 변화돼야 한다.
예컨대 미국 보스턴지역 대학과 주정부의 공동 노력으로 실리콘 밸리가 형성된 것처럼 지자체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대학은 기업현장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을,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기술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②지금까지의 기업지원은 양적으로는 많았지만 분산지원돼 효과가 적었다. 대구시는 대학과 산업체, 지원기관이 협력해 지역경제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기 위해 스타기업육성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10개의 육성전담기관을 지정해 지원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맞춤형 지원을 하는 일종의 '가족회사제 프로그램'이다.
전담기관의 유능한 직원을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선발해 기업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이 되도록 하겠다.
◆박용일 (사)대구경북첨단벤처기업연합회장
⑤산학협력은 기술만이 아니다. 기업의 모든 애로와 함께 동고동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교수)과 기업(CEO)은 교류가 활성화돼야 CEO의 고민이나 기업의 고민을 알게 되고 해결할 수 있다. CEO의 1차 목표는 생존이고 미래 대비에는 서툴다. 이것을 대학이 해결해 주어야 한다. 대학이 기업의 연구소장과 과제중심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교수)이 CEO에게는 CTO(최고기술 경영자)역할을 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학이 지역 중소·벤처기업 연구소장들의 인식전환과 미래 기술개발로 연계하는 사업을 확산해 주길 바란다.
③지역은 중소기업중심이다.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쪽으로의 산학협력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여러 기업이 함께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CEO 교류와 대학(교수)의 네트워킹을 강화해야 한다.
◆김은호 대구경북이업종교류연합회장
⑤현장 속으로 찾아와서 현장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현장중심의 산학협력이 부족하다. 진정한 산학협력은 기업과 대학 간 인적, 기술적 및 지적교류가 활발하고 가격경쟁력이 있는 상품으로 구체화되는 것이다. 대학이 자문하고 지도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고 기업인들도 현실적인 문제와 상황을 오픈하지 않았다.
대학은 산업별, 아이템별 등으로 구별되는 교수들의 전문팀을 만들어서 지역기업과 연계해 집중적인 산학협력을 하는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③대학은 산학협력을 하는 교수가 성취감을 맞보고, 이것이 우수 산학협력 모델이 되도록 응당한 대접을 해야 한다. 산학협력 전담교수의 실적 1건이 10편의 논문과 견줄 수 있도록 평가시스템을 바꾸면 산학협력의 새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것이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
①대구·경북은 하청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혁신창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지역의 산학협력을 재조명해야 한다. 많은 지원기관들이 기관 간 협력·분업시스템을 강화하고 철저한 평가를 통해 산학협력에서도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대구 성서공단, 경북 영천, 경산·구미공단 등 지역 공단의 네트워크를 강화, 기술개발과 업종 배치 등에서도 협력과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산학협력기금을 조성해 컨소시엄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 컨소시엄에는 대학과 상공회의소, 지역 기업체들이 참여해 산학협력을 끌어가고 조정작업을 해야 한다.
③기업은 산업구조나 제도 변화에 잘 따라가지 못한다. 대학이 현장에서 뛰고 눈에 안 보이는 것을 찾아서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혁신 주체들이 시스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예컨대 경북대의 IT 능력을 구미지역의 IT 산업까지도 아우르게 하는 등 대학이 지역의 비교우위 산업과 지역전략과도 함께 가도록 해야 한다.
◆이상룡 경북대교수
③과거 산학협력은 대학이나 기업 모두 서로 얻을 것만을 앞세워 눈높이가 달랐고 불협화음이 생겼다. 대학 내 이론과 산업 현장이 보유한 실용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동반성장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수)과 기업인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격의 없이 논의할 수 있는 친밀감과 신뢰는 실질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첫걸음이다. 대학과 교수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다양한 정보와 인프라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다.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을 개개인의 협력뿐 아니라 인프라를 활용한 시스템적인 협력이 되도록 만들자.
⑥기업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위기의식에 둔감해 있다는 것이 산학협력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또 이론적인 혁신 프로그램은 많지만 지역 기업과 정서를 고려한 프로그램은 없다. 산학협력에 관여하는 산·학·연·관 모두 지역 현실을 객관화하고 개선점을 도출하는 노력을 하자.
대학과 기관의 제도와 체제도 바뀌어져야 한다. 대학교수의 임용기준이나 평가에 산학협력에 대한 부문이 반영되고, 산학협력의 성과가 우수한 교수나 기관을 '산학협력의 스타'로 키우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리·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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