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권의 책)승찬아 사랑해

청각장애 부모를 둔 승찬이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무슨 날을 정해 새삼 의미를 붙이는 것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오죽하면 이렇게라도 해야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가족이 모여 앉아 단란한 대화를 나눠 볼 결심이라도 서지 않겠나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요즘 우리네 가정은 그리 행복한 편이 못 되는 것 같다. 통계청의 '2006년 이혼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12만 5천 건으로, 하루 평균 342쌍이 남남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결혼 4년 이내 젊은 부부의 이혼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까지 감소하던 4년 이하 동거 부부의 이혼 비중이 지난해 전체 이혼 가정의 26.5%로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한 책들이 서점 신간 코너에 쏟아져 나온다. 아이 손을 잡고 놀이 공원이나 야외를 찾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지만, 올해 5월에는 가정의 따뜻함을 전해줄 좋은 책을 아이에게 선물해보면 어떨까.

'승찬아 사랑해!'(이현미 글/주니어 화니북스)는 선천성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부모를 둔 초등학생 승찬이의 얘기다. 불만과 투정으로 가득찼던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깨닫고 마침내 화해한다는 상당히 동화적인 메시지지만, 그것이 주는 감동에는 꾸밈이 없다. 이 책이 가정의 달을 겨냥한 기획서적 정도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짜임새 있게 쓰여졌기 때문이다.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난 여느 부모들이 그러하듯 승찬이의 부모 역시 아이를 정상적으로 키우기 힘들다는 현실의 벽 앞에 절망한다.

'너도 알다시피 엄마 아빠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니까 널 어떻게 키우겠냐고 모두 말렸던 거야. 하지만 널 낳기로 결심했어. 그건 당연한 거지. 네가 커갈수록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늦다는 걸 알았지. 게다가 네가 아파서 밤새 우는 것도 모르고 우리는 잠을 잔 적도 있었어. 아침에 일어나 입 안이 헐고 몸이 불덩어리가 된 너를 보고 엄마 아빠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오랫동안 할머니 댁에 맡겨져 자란 승찬이는 함께 살게 된 엄마, 아빠가 답답하다. 두 손을 바쁘게 움직이는 수화(手話)도 이상하고, '먹자 먹자'를 '멍자 멍자'로 겨우 발음하는 엄마의 말투도 짜증스럽다. 부모들을 손가락질하는 세상 사람들이 밉다. 그럴수록 화내지 않고 밝게 살아가려는 엄마, 아빠가 더 한심스럽다.

그런 승찬이는 학교에서 친구가 발표한 '특이한 새' 뻐꾸기에 대한 얘기를 듣고 마음 한 구석이 찌르르해진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 어쩌면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제 새끼를 두고 몰래 숨어서 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아닐까. 자신이 키우고 싶지만 키울 수 없는 어미의 마음은 얼마나 가련한가.

책 마지막 페이지, 마음의 문을 열고 수화로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승찬이네의 모습이 제법 환하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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