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골 학생들이 "굿 샷"…봉화 상운중에 골프연습장

체육시간·방과후 '삼매경'

▲ 봉화군 상운중학교에 설치된 골프연습장에서 김도현 체육교사가 학생들에게 골프 스윙을 가르치고 있다.
▲ 봉화군 상운중학교에 설치된 골프연습장에서 김도현 체육교사가 학생들에게 골프 스윙을 가르치고 있다.

"체육 쌤이 골프 가르쳐 준다고 했는데 뻥이 아니었어요!"

경북 봉화군 상운면에 위치한 조용한 산골마을 상운중학교 학생들이 최근 골프 삼매경에 빠져 있다.

"앞굽이 자세로 허리는 펴고 공은 끝까지 보세요. 허리와 어깨를 이용해서 스윙합니다. 스윙은 힘을 빼고 하세요." 김도현(45) 체육교사의 가르침이 진지하다.

"하나, 둘, 셋." 구령소리에 맞춰 골프 스윙을 하는 학생들은 멋진 골프화와 골프복은 없지만 생전 처음 접해 보는 골프 연습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박지운(14·여) 양은 "체육 선생님이 골프를 가르쳐 준다고 했는데 정말 배우게 됐다."며 "신기하고 재미있다. 잘 안돼 쑥스럽고 창피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골프채를 처음 만져 봤다."는 이동훈(14) 군은 "TV에서 골프 치는 것을 봤지만 골프채를 구경한 것은 처음이다. 허리와 팔만 움직이는 편한 운동인 줄 알았는데 보기보다 힘들다. 열심히 해서 방학 때 친척들이 오면 자랑하겠다."고 말했다.

전교생이라야 고작 33명인 시골 중학교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선 것은 이 학교 손수락 교장과 김도현 교사가 시골 학생들에게도 평생체육활동을 경험하게 하겠다는 의지로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예산을 받아온 덕분. 사업비 300만 원을 들여 학교 내 유휴교실 한 칸에 가로 7m, 세로 9m, 높이 3m 크기의 타석대, 볼 배급기, 인조잔디, 그물망 등을 설치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골프교실을 열었다.

손수락(57) 교장은 "대중화된 골프를 대도시 학생들은 가까이서 접할 수 있으나 시골 학생들은 구경하기조차 힘든 것이 안타까워 유휴교실을 활용, 연습장을 설치하게 됐다."며 "학생들이 이용하는 체육시간과 방과후학교 외에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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