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佛 입양딸 33년만에 부모 상봉

"33년 동안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핏덩이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1974년 11월 21일. 당시 10대였던 오현옥(50·여) 씨는 낳은 지 이틀 만에 핏덩이 딸아이를 만리 타국인 프랑스로 입양 보내야 했다. 친구의 소개로 만난 남편 김봉기(55) 씨와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미성년자에다 결혼을 하지 않은 언니와 오빠까지 있었던 오 씨는 집안의 반대에 부닥쳤고, 결국 눈물로 딸의 친권을 포기해야 했다. 그 후 3년 뒤 집안의 허락으로 김 씨와 결혼한 오 씨는 그때야 단란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지만 입양 보낸 딸아이의 기억은 한평생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야 했다. 찾으려 했지만 찾을 용기도, 방법도 없었다.

그녀에게 딸의 생사가 전해진 것은 5일 오후 6시쯤. 마침 남편의 생일이라 가족과 함께 있었던 오후 프랑스에서 딸 김소봉(33·여) 씨가 자신을 애타게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앞이 깜깜하고 입이 떨려 말을 하기 힘들었다. 프랑스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는 딸아이는 확인 결과 지난 1일 한 방송국 친부모 찾기 프로그램에 나오기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었던 것. 딸을 만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한국말을 못하는 딸을 안고 울기만 한 그녀의 2007년 5월 7일은 세상에서 더할 나위 없는 인생 최고의 날이 됐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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