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盧·鄭·金 '악다구니 싸움' 보기 흉하다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해체를 요구하는 정동영'김근태 두 전 의장에 대해 '구태 정치''잔꾀 정치' '정치 그만두라'는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비난을 퍼부었다. 두 사람에 대한 분을 참지 못해 청와대브리핑에 공개적으로 올린 글에서다. 親盧(친노) 진영은 더 시퍼렇게 날을 세웠다. '살모사 정치' '떴다방 정치' '잡동사니' '얄팍한 잔머리'라는 욕설 수준으로 두 사람을 맹비난했다. 두 사람 역시 노 대통령 쪽이 오히려 '구태'잔꾀 정치'라며 되받아쳤다.

갈라서는 부부가 이웃도 생각 않고 와장창 육박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어제의 동지애는 온데간데없고 완전히 핏발 선 원수 사이다. 상대의 감정을 후벼파기 위한 독기가 섬뜩하기 짝이 없다. 이들이 과연 앞장서 국민화합과 정치개혁을 합창하던 집권세력이었나 의심이 들 정도다. 현직 대통령과 여권 지도자 사이에 이런 추악한 악다구니 싸움이 없었다.

양측 태도 모두 이해할 수 없고 한심스럽다. 지난 2월 당적을 버린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열린우리당 사수에 총대를 메고 나서는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일각의 주장대로 영남을 텃밭으로 한 '노무현 당'을 만들어 대선에 개입하고 임기 이후를 대비하겠다는 건가. 당 해체를 요구하며 당을 떠나려는 정'김 두 사람 또한 정치적 도의에 반하는 행태다. 2003년 11월 민주당을 깨고 노 대통령과 함께 창당 깃발을 들었던 사람들이 얼굴색도 안 바꾸고 다시 대통합신당을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3년 반 만에 각자 살길 찾아 안달하는 꼴도 보기 싫지만 이 정권 내내 악취를 풍기는 정치언어의 타락에 진절머리가 난다. 돌아가는 품새를 보아 결별은 시간 문제인 것 같은데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좀 품위 있게 갈라설 수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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