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뿜듯 내지르는 호통과 천진난만한 미소를 동시에 지닌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환하게 웃었다. 강력한 경쟁 상대인 첼시를 누르고 4년만에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끈 그는 67세의 할아버지이지만 아직도 축구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반면에 첼시의 오만하고 야심만만한 조제 무리뉴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비싼 몸값의 스타들을 거느렸던 그는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 탈락과 리그 2위에 그치면서 감독 자리를 이어가는 것도 불투명하게 됐다. 2010년까지 감독직 계약이 돼 있지만 그와 불화설이 나돈 로만 이브라히모비치 구단주에 의해 경질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선수들에 대한 신뢰로 그라운드에서 열정적인 플레이를 끌어내는 것으로 정평나 있다. 그는 1986년부터 맨유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개성 강한 스타들을 조화시켜 올 시즌까지 아홉 번이나 리그 우승컵을 거머 쥔 명장으로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자상하게 선수들을 다뤄왔다. 벤치에서 지켜보다 맨유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면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감독이다.
퍼거슨 감독의 제자들인 로이 킨(36) 선더랜드 감독과 스티브 브루스(47) 버밍엄 시티 감독도 화제다. 지난 시즌까지 맨유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로이 킨은 챔피언십리그(2부리그) 초반 부진에 허덕이던 선더랜드의 사령탑으로 데뷔, 맨유 시절 팀 동료였던 노장 드와이트 요크와 에릭 젬바젬바 등으로 팀을 추슬러 1위를 차지,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스승처럼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로이 킨 감독은 스승의 팀을 이겨보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1987년부터 96년까지 맨유의 중앙수비수로 활약했던 브루스 버밍엄시티 감독도 팀을 챔피언십리그 2위로 이끌어 지난 시즌 강등됐다가 한 시즌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복귀시켰다.
퍼거슨 감독의 제자 중에는 마크 휴즈 블랙번 로버스 감독과 브라이언 롭슨 웨스트브로미치 감독도 있다. 현역 시절 득점력이 뛰어난 맨유의 스트라이커였던 휴즈 감독은 블랙번을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10위에 올려놓았다. 1980년대 맨유와 대표팀의 미드필더였던 롭슨 감독은 웨스트브로미치를 4위로 이끌어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위한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다.
퍼거슨 감독과 끊임없는 신경전을 벌여왔던 조제 무리뉴 감독은 퍼거슨 감독과 맨유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자존심을 살릴 기회가 남아있다. 10일 오전 맨유를 홈구장에 불러들여 패배를 안기는 것, 그리고 20일 열리는 FA컵대회 결승에서 맨유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일이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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