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찢어지는 성서공단…누더기 된 계획공장용지

섬유 산업 추락하자 부지 쪼개 매매·임대…물류·배수 문제 발생

대구 최대의 공단이면서 대구 경제를 이끌어가는 '축'인 성서공단이 '누더기 공단'으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대규모 설비 때문에 넓은 부지가 필요했던 성서공단의 섬유공장이 잇따라 '무너지거나' 규모를 줄이면서 넓은 평수의 계획 공장부지가 '분할의 분할'을 거듭, 소규모 공장이 난립하는 '대구 3공단형 무질서'가 나타날 조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대구 도심과 인접한 공장용지가 부족한 판에 공장용지 분할을 통한 '임대사업'이 성행, 성서공단의 높은 땅값은 도무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사업의욕은 있지만 돈이 없는' 제조업 대표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법적으로 공단안에 들어올 수 없는 원룸까지 성서공단 안으로 잇따라 진입, 공장용지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는 실정이다.

◆막가는 토지 분할

성서공단 1차 단지 내 금성염직공업(주). 7천 평의 대규모 부지를 자랑하던 섬유 업체였다. 하지만 지금은 무려 13개 업체가 비집고 들어간 '지그재그' 공장터로 변했다.

금성염직이 2005년 부도가 나면서 토지 분할을 한 결과. 경매를 통해 부지를 얻은 8개 업체가 지난해 6월 토지를 나눠 새로 공장을 짓고 매매를 하는 방식으로 분할, 지금의 13개 업체로 갈라진 것.

1차단지 내 (주)성국도 지난달 2천800평의 부지를 3구역으로 분할, 분양하겠다는 청약 신고를 냈다. 가동률이 계속 떨어지면서 큰 덩치를 감당할 수 없어 공장 규모를 줄이고 나머지 땅은 분할, 임대하거나 팔겠다는 뜻.

성서공단내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토지 분할이 이뤄지는 업체의 80% 이상이 1, 2차 단지에 몰려있는 섬유업체들"이라며 "큰 섬유 공장들이 잇따라 쓰러지거나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구에서 가장 훌륭하게 짜여진 계획 공장용지가 무질서하게 변해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 공장 부지를 관리하는 대구 달서구청에 따르면 성서공단 내 토지 분할 건수는 2005년 10건이었다가 지난해 27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도 4월 현재까지 8건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시의 성서지방산업단지 관리규정에 따르면 '500평 이상 규모'로 공장 분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성서공단은 이런 규정이 유명무실해져 200여 평의 공장 부지안에 3, 4개의 업체가 들어와 기계를 돌리는 현상이 늘고 있다.

성서관리공단 관계자는 "성서공단의 분할이 가속화하면 막다른 골목이 늘어나 물류가 힘들어지고, 배수시설 미비 등 공단의 슬럼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공장 임대가 늘어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고공비행하는 땅값

공단 전문 부동산업체들은 최근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성서공단의 공장 용지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섬유 공장의 경우 평당 170만~180만 원, 자동차부품 공장은 평당 240만~250만 원 정도로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

이에 대해 ㄷ 부동산 업자는 "올해부터 양도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적용하면서 세금이 많이 올라 파는 쪽에서 좀처럼 땅값을 낮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3억 원의 용지 매물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양도세가 600만~700만 원 정도였지만 올해는 2억 원이 넘는다는 것.

성서관리공단 관계자는 "파는 쪽에선 앞으로 조성될 세천공단이나 달성 3차 입주 탈락 업체들이 성서공단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땅값이 더 오를 거라는 기대 심리로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공장을 하고 싶어하는 제조업체 대표들이 높은 땅값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공장지을 땅도 없는데

성서3차단지 내 삼성전자 대구물류센터 뒤쪽은 최근 '오피스텔 골목'이라 불러도 될 만큼 오피스텔이 집중적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오피스텔이 잇따라 생겨 현재 7, 8곳 정도가 영업 중이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곳 오피스텔들은 이름만 오피스텔일 뿐 상당수가 주거 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인근에 공장이 많은 반면 주거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점을 이용, 건축업자들이 이곳에 주거시설을 연거푸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 오피스텔 주인은 "13평과 15평이 있는데 싱크대까지 갖추고 주거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은 '업무지원시설 용지'로 분류돼 사실상 주거 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지역.

한 부동산 업자는 "이런 규정을 악용해 일부 오피스텔은 오피스텔로 준공 심사를 냈다 구조 변경을 해서 원룸 식으로 바꾸는 사례도 있다."며 "이런 현장을 본 공장 사장들은 요즘 모이기만 하면 '공장지을 땅이 부족한 판에 공단안에 저런 시설을 허용하는 대구시의 행정이 과연 기업하기 좋은 도시와 맞느냐'는 비난을 퍼붇는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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