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벨은 미국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개런티는 1분당 1천 달러, 연주회 입장료는 100달러나 된다. 그런 벨이 지난 1월 어느 날 출근시간대 워싱턴 한 역 앞에서 '실험 좌판'을 폈다. 6곡을 연주하며 45분간 유지한 길거리 음악회장 앞을 지나간 사람은 도합 1천97명. 그러나 잠시나마 멈춰 서 음악을 들은 사람은 7명에 불과했고, 겨우 27명이 도합 32달러를 던져줬을 뿐이었다. 헉헉대는 삶에는 값비싼 음악조차 들리기 힘든 탓일 터이다.
삶이 팍팍해지면서 사람들의 보행 속도가 갈수록 빨라진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세계 32개 도시 사람들을 대상으로 평지 18m를 걷는 속도를 측정한 결과 지난 10년 사이 10% 빨라졌음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도시 간에도 차이가 많아, 걸음걸이가 가장 빠른 싱가포르 사람들과 가장 느린 아프리카 말라위 사람들은 10.55초 대 31.60초나 되는 차이를 보였다고 했다. 쫓기는 듯한 불안감이 커지고 업무량이 늘어난 결과일 것으로 풀이됐다.
먹고살기 벅차다 보니 전통적 가치가 휴지조각으로 변하더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에선 여전히 부도덕의 냄새가 묻어나는 게 '이중 국적'이지만 남미 경우 이미 17개국 중 15개국이 그걸 정식 허용했다는 것이다. 터키도 얼마 전 같은 조치를 취했고 유럽에선 국제결혼 여성에게 본래 국적을 허용하는 게 대세가 됐으며, 미국인의 20%가 이중국적자일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왔다. 먹고사는 데 유리하다면 애국심 같은 게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 변화의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런 중에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조금 다른 의미를 지녔을 조사 결과가 하나 나왔다. 자신을 '중간계층'이라 생각하는 비율이 월소득 100만 원대는 63%, 200만 원대는 76%, 300만 원대는 75%, 400만 원대는 93%로 갈수록 높아지나 500만 원대에서는 갑자기 68%로 곤두박질치더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스스로 상층이라 여기는 것도 아니어서 무려 26.6%는 자신을 하층으로 생각한다고 응답, 61%가 스스로를 중간층이라 생각한다는 100만 원 미만 소득 계층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사람들이 안팎으로부터 괴로움을 맞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들이 아닌가 싶다. 이래저래 현대인은 갈수록 가련한 존재가 돼 간다는 말일 수도 있을 터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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