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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낳은 자식" 소현이 입양 곽규진씨 부부

▲ 제2회 입양의 날을 앞둔 9일 오후 영주시 순흥면 지동리에서 곽규진 목사, 조부옥 씨 부부가
▲ 제2회 입양의 날을 앞둔 9일 오후 영주시 순흥면 지동리에서 곽규진 목사, 조부옥 씨 부부가 '가슴으로 낳은 딸' 소현(만 2세)이를 입양해 자신의 친아들 제민·영민이와 함께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매년 5월11일은 보건복지부가 건전한 입양문화의 정착과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위하여 제정한 입양의 날이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소현이는 하나님이 저희에게 준 축복입니다. 소현이가 있어 우리 가족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주변 사람들에게도 입양을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제2회 입양의 날을 하루 앞둔 10일 영주시 순흥면 지동리 한 시골마을 작은 교회 사택. 소현(2)이네 집 현관에 들어서자 반쯤 열린 현관문을 통해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곽규진(44·목사)·어머니 조부옥(42) 씨와 오빠 제민(10)·영민(8) 군이 막내둥이 소현이의 재롱에 푹 빠져 있었다.

아버지 무릎, 어머니 가슴, 오빠들 허리를 오가며 온갖 재롱을 부리는 두 살배기 소현이는 지난 2005년 대구 홀트아동복지센터에서 태어난 지 40일 만에 이들 가족 품으로 왔다.

"입양을 결정하기까지는 '잘 키울 수 있을까?'하고 마음의 갈등이 많았어요. 하지만 누군가 돌봐주고 울타리가 돼줘야 한다는 생각에 입양을 결정했지요. 소현이가 온 뒤 더 없는 행복이 찾아왔습니다." 소현이 뺨에 입을 맞추며 어머니 조 씨는 "이제 소현이 없는 우리 가정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환하게 웃었다.

조 씨는 처음 소현이를 만날 때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자고 있는 소현이를 작은 소리로 '아가야' 부르자 눈을 번쩍 뜨고 환하게 웃어 낯설지 않았고 왠지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 왔을 때 주위 사람들이 큰아들 제민이랑 너무 닮았다고 해서 감격스런 가족상봉을 했지요. 입양한 뒤 소현이가 분유 알레르기로 병원 신세를 지고, 나도 몸을 다쳐 1년 가까운 시간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이웃 집에 맡겼을 때는 집안 분위기가 초상집 같았어요. 애 낳는 고통보다 더 심한 마음고생을 해서 오히려 더 정이 들었지요. 소현이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입니다."

소현이에 대한 사랑은 오빠들도 부모 못지않다. 조 씨는 "어른들이 집을 비우면 소현이 기저귀도 갈아주고 밥도 먹여주고 목욕도 시키는 믿음직한 오빠들"이라며 "학교 마치면 동생이 보고 싶다고 곧바로 집으로 달려온다."고 흐뭇해 했다.

그래도 고민은 없지 않다. '어떻게 하면 소현이를 편견 없이 잘 키울 수 있을까, 커서 입양사실을 알고 충격이나 받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소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적절한 시기에 입양사실을 이야기해 줄 생각입니다. 입양 사실을 숨길수록 부모나 아이에게 더 힘이 들지요. 아예 입양을 떳떳하게 알리는 길이 아이가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들 부부는 매년 두 번씩 대구홀트아동복지센터를 찾는다. "양육에 도움이 될까 싶어 센터에서 여는 양부모 모임에 참석, 양육사례도 듣고 방법도 배워옵니다."

소현이 때문에 집안에 웃음꽃이 피었다는 이들 가족은 소현이가 티없이 밝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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