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얼굴 보러 오는 사람들한테 입장료라도 받아야겠어요. 도무지 아기를 볼 기회가 없네요."
경북 울진군의 이모(46·여) 씨 부부는 지난주부터 동네 사람들의 잦은 왕래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지난주 이 씨 부부에게 생후 한 달도 채 안 된 새식구가 생겼기 때문. 이 씨 부부는 "이웃들이 아이를 놔주지 않아 아기 얼굴을 잊어버릴 판"이라며 너스레를 떨지만 '복덩이가 왔다.'며 좋아라 방문하는 동네 사람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이 씨 부부는 2001년 결혼했지만 아기가 생기지 않아 지난 4년 동안 인공수정 7회, 시험관 시술 3회 등으로 연간 1천500만 원씩 들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16평짜리 집에서 3시간 간격으로 우유를 먹이느라 잠을 못 이뤄도 이 씨 부부는 입양한 딸 얼굴만 보면 즐겁다. 이 씨는 "입양을 해 아기를 키우는 게 힘들 거라고들 하지만 아기가 앞으로 자랄 생각을 하면 책임감도 생기고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자랑했다.
국내 입양 문화가 조금씩 정착되고 있다. 미혼모 및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나아지면서 직접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가 늘어나 입양 의뢰 건수는 줄고, 계획 입양은 늘고 있는 것. 실제 아기의 미래를 생각해 혈액형까지 정해 입양하는가 하면 최근 사회분위기에 맞게 여아선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홀트아동복지회 등 대구 3개 입양 관련 기관이 수합한 국내 입양 의뢰 건수는 2003년 505명에서 2004년 407명, 지난해 306명으로 해마다 크게 줄고 있다. 입양 신청은 2003년 128명에서 2004년 118명, 2005년 109명에서 지난해는 107명으로 줄었다. 이는 올해부터 지원제도가 강화된다는 정부 발표에 따라 일시적으로 준 것으로 풀이되며 올해는 지난달까지 37명이 신청, 입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표 참조)
보건복지부는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일반 가정에서 국내 입양을 할 경우 아이가 12세가 될 때까지 매달 양육비 10만 원과 입양 수수료 200여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아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해 지체장애의 경우 거의 대부분 해외입양으로 이어지고, 정신장애아는 복지재단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황운용 홀트아동복지회 대구아동상담소장은 "2000년대 들면서 미혼모의 입양 의뢰는 눈에 띄게 줄고 있고, 입양 가정 수는 꾸준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입양 문화가 선진국처럼 정착되기 위해선 건강한 아기만 데려가겠다는 입양신청 가정의 인식 전환 및 정부의 장애인 복지 정책 등이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입양된 아기는 전국에서 3천231명으로 대구·경북 107명을 포함해 1천332명이 국내 입양됐다.
한편 대구시는 11일 오후 2시 대구시민회관 소강당에서 '제2회 입양의 날' 기념식을 갖고 유공자들을 표창한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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