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복가격 거품 드디어 빠지나…공동구매 확산

작년 절반 수준까지

대구 수성구의 한 중학교는 교복 하복 값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확 낮췄다.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공동구매추진위원회가 지역 업체를 선정, 4만 5천 원에 공동구매한 덕분이다. 대형 학생복 업체의 7만 원 선에 비하면 60% 수준. 학부모들은 지난 3월부터 교복업체 6곳을 대상으로 직접 시장 조사에 나섰고, 바느질 상태와 디자인, 재질, AS 수준 등을 꼼꼼하게 따져 업체를 선정했다. 이 학교 공동구매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공동구매를 원하는 학부모들이 90% 이상인 등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며 "동복도 공동으로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복 착용을 앞두고 한껏 부풀려진 값 거품을 '공동구매'로 빼려는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값 담합과 부풀리기 논란이 계속되자 학부모들이 주축이 돼 교복 공동구매에 나서는 중·고교가 크게 늘고 있는 것. 이 같은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학생복 업체들도 일제히 가격을 내려 교복 거품이 서서히 빠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동구매를 결정한 중·고교는 34곳. 이는 지난해 16곳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학부모들은 자율적으로 공동구매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접 입찰과 시장 조사에 나서는 등 적극적이어서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 북구의 한 중학교 1학년 학부모회도 최근 학교 주변 업체들을 대상으로 공개 입찰을 벌였다. 대형 교복업체들의 가격 횡포에 대응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공동구매에 나선 것. 학부모회는 업체별로 시제품 설명회를 듣고 학생대표들과 협의를 통해 납품 업체를 선정, 교복 가격을 4만 5천 원 선으로 낮췄다. 박명자(43) 1학년 학부모회 대표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옷의 디자인과 품질을 직접 보고 결정한 덕분에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복 공동구매가 중·고교로 퍼져나가자 대형 학생복 업체들도 가격 인하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9만 원 선이던 하복이 업체별로 6만 8천~7만 5천 원 선으로 20~30% 정도 낮아진 것. 한 업체 관계자는 "중소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경우 재고가 쌓일 수 있기 때문에 값을 일부 내린 상태"라며 "가격 인하 추세가 일시적이지만 교복값 거품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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