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족.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워낙 '어릴적 꿈으로 나 돌아갈래~'를 외치는 어른들이 부지기수로 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키덜트란 아이(kid)와 성인(adult)을 합친 합성어. 사실 예전엔 '키덜트'라고 하면 '정신적 퇴행'이라는 부정적 뉘앙스가 강해 소수의, 미성숙한 문화로 간주됐지만 요즘은 성인들의 소비 문화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어릴 때는 무엇하나 풍족하지 못했다. 가지고 싶은 장난감은 그림의 떡이었고, 친구들이 자랑하는 바비인형 하나를 갖기 위해 어린이날을 앞두고는 수백, 수천번을 하느님께 기도해야 했다. 그러고도 모자라 한 대야의 눈물을 쏟고 나서야 겨우 바비인형의 모양새를 닮은 짝퉁 미미인형 가지는게 고작이었다. 이젠 30, 40 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어도 그 어릴 때의 '욕망'은 내면에 깊이 잠재돼 있다. 테디인형, 바비인형, 로보트태권V를 보면 갖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치솟는다. "그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김은아(32) 씨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테디베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어린 시절 그렇게도 가지고 싶었던 곰인형에 대한 욕망 때문. 김 씨는 "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예쁜 물건을 좋아하는 성향이 함께 작용, 흥미를 가지게 됐다." 며 "이제는 어릴 때처럼 테디베어를 껴안고 뒹굴지는 않지만 방안 곳곳에 놓여진 테디베어를 보며서 유년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이런 키덜트족이 늘어나면서 인터넷 경매시장 역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온라인 경매사이트 코베이(www.kobay.co.kr) 등에는 추억의 물품들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옛날 풍선껌 안에 들어있던 몇 컷 되지 않던 만화부터 소년 만화잡지, 잡지 부록까지 거래될 정도다.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추억의 상품을 통해 동심을 되찾으려는 어른들도 있지만, 새롭고 재미있는 '신종 장난감'으로 눈을 돌리는 키덜트족도 상당수. 인터넷에서는 조그마한 사무용 액세서리부터, 각종 엽기적인 상품까지 '어른 장난감'을 판매하는 전문 쇼핑몰도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런 '어른 장난감'은 20, 30대 직장인들이 주 구매층이다. 상사 눈치보랴, 힘에 부치는 업무 처리하랴, 후배라고 해서 만만한가 후배님들 기분까지 맞춰주랴 이래저래 스트레스 쌓이는 직장인들이 잠시 기분 전환을 즐기도록 고안된 아이디어 상품들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장난감 만은 아니다. 실생활과 접목시켜 재미를 느끼게 한다거나, 아기자기 유쾌발랄한 디자인에 가끔은 엽기적인 모양새까지 가미해 웃음보가 터져나오게 만들었다.
'월드컵 축구골대'는 휴지통에 연결해 넣으면 쓰레기를 던져 넣을 때마다 박수소리와 함성소리가 터져나온다. 쓰레기통을 향해 멋진 슛 한방을 날리면 "고올~". 쓰레기를 버리는 단 1~2초의 시간도 재미있게 한 박자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하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1만 4천 800원.
'마이뱅크'는 동전을 투입구에 하나씩 넣으면 크기를 판별해 저금한 금액과 지금까지 넣은 총액이 자동적으로 액정모니터에 표시되고, 돈을 꺼낼 때는 보안카드와 비밀번호를 정확히 입력해야만 돈이 인출되는 은행식 저금통이다. 500원 동전을 기준으로 20만 원까지 넣을 수 있으며 목표금액과 목표일수를 설정해 놓을 수 있어 자신이 목표한 금액이 얼마나 남았는지 체크할 수 있고, 시계와 계산기 기능도 있다.
'김부장 볼펜꽂이'는 사무용 액세서리인 볼펜꽂이를 응용한 엽기 장난감. S라인으로 엎드려 김 부장의 엉덩이에 펜을 꽂아 넣으면 김부장이 고개를 들면서 비명을 지른다. 볼펜을 꽂을 때마다 느껴지는 통쾌함에 직장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까지 한방에 날려보낼 수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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