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투 쓰리~, 커피 둘, 설탕 둘, 프림 셋의 환상적인 비율, 동심다방의 '다방커피' 맛은 근 삼십년 동안 천하일품입니다. 원두에 설탕만 넣은 물 커피가 유행된 적도 있었지만 구수하고 뻑뻑한 투 투 쓰리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주인이 나그네 마냥 오고 가고, 수많은 배달 아낙들이 명멸했지만 맛 지킴이 참 주인들은 그대로 입니다. 오늘도 모든 메뉴 천원의 혜택을 받는 주인군단들이 모였습니다.
평균연령 칠순이 넘은 청년들의 입방아가 대단합니다. 얼마 전 인근 마을에 경로당이 신축된 모양입니다. "멀쩡한 마을회관을 부수고 새것으로 짓더니만, 또 그 옆에다 경로당까지 지었어. 웃기는 노릇이지. 마을사람 전부해도 스무 명 남짓한데, 마을회관은 무엇이며 경로당은 또 무엇이여. 동네사람 갈라놓으려는 속셈인감?" 껄껄 웃던 또 다른 청년이 맞장구를 칩니다. "아따 이거 진짜 넘쳐나서 못살겠네, 차라리 다방의 비새는 것이나 고쳐주지 않고"
굳은 살 베어 두툼한 청년들의 손아귀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나라님이 돈 쓰기를 물 쓰듯 한다고 일침을 가하는 청년들, 주린 배 움켜잡고 피멍들도록 자갈땅을 긁었던 시절이 사기당한 것 같다고 푸념합니다. "쌀 지원이 뭔 말이여, 도시락 밥알 세던 때가 엊그제인데 먹고 남는 쌀이 어데 있다고 못 퍼줘 안달이고, 다 늙어빠진 노인네의 갈고리 손으로 지은 쌀을 누가 함부로 준다만다 하노" 흥분한 동조세력이 말꼬리를 잇습니다. "자네 말 맞네. 엎드려 모 한 포기라도 심은 놈들이 그러면 밉지나 않지, 아비 어미 흘린 땀은 고사하고 새마을 운동의 '새'자도 모르는 자들이 남 채운 뒤주 열어젖혀 새마을 운동한다고 난리구먼."
며칠 전 중국손님들이 새마을 운동을 배운다고 찾아 왔습니다. 깔끔하게 정비된 포장도로와 멋진 경로당, 신축된 마을회관의 사진 몇 장이 고작이었습니다. 못내 아쉬워하던 그들이 묻습니다. "새마을운동은 어디 있습니까?" 못 찾는 게 당연합니다. 동심다방이 새마을 운동의 중추라는 사실은 국가기밀입니다. 몇 번 덧칠되고 땜질된 옛날 마을회관, 흔적만 남은 네잎클로버 문양의 "지덕노체" 네 글자 속에 참새마을 운동이 있다는 것은 헌마을 청년들의 영원한 비밀입니다.
이정태(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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