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리테스트의 비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본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관심사였을터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생겨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인간들의 잠재된 의식과 행동에 담긴 패턴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과학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하지만 요즘처럼 '심리학'이 우리 생활 속에 밀접하게 들어와 있는 경우는 없었다. 바로 심리테스트를 통해서다.

▲다양한 심리테스트 세상

인터넷은 '심리테스트 천국'이다. 요즘 사람들은 아주 간단히 마음을 들여다본다. 예전에는 잡지나 신문 한 귀퉁이를 차지했던 심리테스트들이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그 소재와 유형이 보다 다양해졌다. 붕어빵이나, 라면을 먹을 때는 어떤 부분부터 먼저 먹는지로 자신의 성격을 알아보는 것은 아주 고전에 속한다. 걸음걸이, 수면 자세, 심지어는 화장법까지 나의 모든 생활 습관들이 '심리테스트'의 소재로 등장했으며,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우울증 테스트, 자살도 테스트, 비만테스트 등 비교적 전문적인 수준의 체크리스트까지 인터넷을 통해 쉽게 테스트 해 볼 수 있다. 아주 엽기적인 테스트들도 있다. '과연 나는?'이라는 호기심과 함께 나의 이면을 몰래 들여다볼 수 있는 테스트들이다. 바람기테스트에서부터 전생테스트, 변태 정도 테스트, 혼자놀기 테스트, 독심술 심리테스트 등까지 상상속에서 한번쯤은 궁금해 했을 내용들이 눈길을 끈다.

형식도 다양하다. 한 때는 플래시 에니메이션이나 이메일용 플래시 카드 형태의 간단한 심리테스트가 많았지만 요즘은 한 문장의 짧은 문자메시지에 대한 응답으로 상대방의 심리를 알아보는 것부터 수십개의 질문에 답한 뒤 점수를 모두 더해 알아보는 상당히 전문적(?)으로 보이는 유형까지 있다.

▲당신은 심리테스트를 믿으세요?

이런 심리테스트를 통해 내리는 진단과 처방은 상당히 그럴듯해 보인다. 무도회에 어떤 가면을 쓰고 참가하고 싶냐(보기:곤충가면, 철가면, 탈가면, 삐에로)는 간단한 물음에 '탈가면'이라고 답하면 "당신이 쓰고 있는 것은 부드러운 성인의 가면입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나쁜 말도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신을 온화한 마음의 소유자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생각보다 차가운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주위에 당신을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면 곤경에 빠진 사람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있을지 모르니, 늘 온화한 마음을 가지시기 바랍니다."라는 상당히 긴 분석과 함께 조언까지 빠뜨리지 않는다. 심지어는 자신에게 상사에게 점수 따는 법,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법, 보석이나 숫자'색상, 성공 확률이 높은 프로포즈 방법까지 추천해주는 식이다.

그럼 이렇게 넘쳐나는 심리테스트를 사람들은 얼마나 믿을까? 이를 신봉하는 사람들도 꽤 된다. 혈액형이나 별자리를 통한 심리테스트는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일반화된 지식(?)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기영(29) 씨는 이런 혈액형 심리테스트를 굳게 믿는 사람 중 하나다. 이 씨는 "최근 소개팅을 한 여성이 B형"이라며 "혈액형에 대한 각종 심리테스트를 통해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의 환심을 살 만한 행동만을 골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심심풀이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 정민아(29'여) 씨는 "회사에서 일이 지칠때, 점심 식사 후 잠시 짬이 날 때는 심리테스트를 해보고, 동료들과 함께 결과를 비교해보곤 하지만 단순한 흥미 수준일 뿐 결과를 그리 믿진 않는다."고 했다. 심리테스트를 부정하는 그의 말을 들어보면 일견 타당성도 있다. 세상에 수 많은 사람들이 있고, 수만갈래의 마음이 있는데 그것을 단순한 질문과 답변을 통해 몇 가지로 분류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 씨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수십여가지의 새로운 테스트가 등장하고 간혹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등록될 정도로 지속적인 관심을 끌고 있지만 그 결과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간혹 내 심리상태를 꼭 집어냈다 하더라도 주위 사람들 몇 명만 테스트해보면 "에이, 뭐 이래"라는 소리가 곧장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를 믿지도 않으면서 왜 새로운 테스트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자신을 시험대에 올려놓는 것일까? 경북대학교 학생상담소 조재현 상담부장은 "자신의 능력이나 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고 싶은 욕구"라며 "심리테스트는 특히 10대, 20대들에게 인기를 얻는데 그 이유는 한창 '내가 누군가?'하는 고민에 빠져있을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간단한 몇 개의 질문에 답하는 것만으로 자기 정체성에 대한 조금은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사람들은 심리테스트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심리테스트에는 '함정'이 숨어있다. 전문적으로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이 충분한 연구를 거쳐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은 조잡하기 그지 없는데다, 신뢰할 만한 근거조차 찾기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다. 계명대학교 심리학과 박권생 교수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몇 개의 심리테스트를 살펴봤지만 전혀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며 "심리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이런것을 만든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사람들이 흔히 사물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나, 일반적인 행동 패턴 등을 근거로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바넘효과'도 사람들이 넘어가기 쉬운 함정이다. '바넘효과'란 심리학자 B.R.포러(Forer)가 정의한 것으로 '사람들이 막연하고 일반적인 성격묘사가 타인에게도 해당하는 것임을 알지 못하고 그들 자신에게만 맞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를 인식하고 심리테스트의 해석을 꼼꼼히 한번 뜯어보면 뒤통수를 한번 얻어맞은 느낌이다.

"종종 당신은 외향적이고 붙임성이 있으며 사회성이 좋지만 가끔은 내향적이고 주의깊고 과묵한 때도 있습니다." 이 문장은 누구나 '그래 맞아'라는 탄성이 터져나오게 만든다. 가끔 잠재된 성격의 충돌로 갈등을 겪고 있는 시점이라면 정말 이보다 쪽집게 같은 문장이 없다. 하지만 이는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애매모호한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이런 '바넘효과'는 '오늘의 운세'등을 볼 때도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박 교수는 "재미삼아 시간떼우기 용으로 심리테스트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이에 너무 빠져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색안경을 끼고 나의 의도대로만 그 사람을 평가하려 들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심리테스트나, 혈액형, 별자리 등 정확하지도 않은 편향된 정보를 가지고 사람을 재단하려 하기보다는 오랜 시간 두고 보며 그 사람의 모든 면을 종합적으로 봐야 어떤 사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법"이라고 조언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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