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산과 들엔 짙은 녹색으로 옷 치장을 했다. 봄꽃도 제법 피어 꽃 축제들이 여기저기 열리고 있다. 그 꽃들 사이로 따스한 햇살의 너울에 맞춰 팔랑거리는 나비를 뒤 따라 가 보았던 어린 시절. 아이들 누구나 나비의 뒤를 쫓아 보았을 것이다. 날갯짓을 팔랑거리며 너울너울 허공을 나는 나비를 잡아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봄의 설레임처럼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 나비를 따라 가보자.
"나~비~야~ 청산~가자~ / 범~나비야~ 너도~ 가자~ / 가다가 저 물거든 / 꽃에 들어 자고 가자 /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 잎에서나 자고가자"
득우 할매는 늘 문지방에 앉아서 곰방대를 물고 웅얼거리며 낮은 소리를 내었다. 노래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얼거리는 소리도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나비 할매란 별명이 붙었을까, 첫 구절 나비야 청산가자는 귀에 못이 박혔는데, 그 뒷 구절은 나중에 커서야 그런 시조 가사인줄 알았다. 청승맞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하고 한 번씩 득우네 놀러 가면 나비 할매의 나비야 청산가자라는 노래를 버드나무의 매미소리처럼 들으면서 놀아야 했다.
나비 할매의 방안엔 나비가 그려진 병풍도 있었다. 나중에서야 그 병풍이 백접도라는 것을 알았다. 어느 무명 작가가 그린 백접도엔 꽃과 나비가 한데 어우러져 남녀 간의 사랑, 부부의 금슬을 바래는 마음으로 쌍제비나비, 호랑나비, 흰나비, 노랑나비가 수 십 마리 어울러져 그린 것이다.
득우 할매는 6.25 전쟁 통에 북한에서 넘어 온 피난민이었다. 득우 할매와 득우 아버지 만 이곳 시골까지 피난 와 학교 관사에서 교장선생님 댁 식모살이를 하면서 득우 아버지를 키우고 장가를 들여서 정착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병이 나서 같이 오지 못한 득우 할아버지를 그리며 나비야 청산가자 라는 노래를 입에 달고 사셨던 것 같다. 결국 득우 할아버지를 못 만나고 세상을 떠난 득우 할매의 혼이 나비가 되어 그토록 그리워하던 남편과 조우했을 것이라 믿는다.
나비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자 희망의 메신저다. 겨울동안 보이지 않던 나비가 따뜻한 봄과 함께 꽃들 사이로 날아다니면 누구나 반가움이 앞섰다. 추운 겨울을 지내고 봄이 되면 나타나는 나비를 보고 누구나 기쁨과 희망을 느꼈다. 그래서 나비는 반가움과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나비는 흔히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좋아한 상징물이었다. 남존여비에 지친 여성들의 한이 나비로 승화되어 나타내기도 했다.
나비는 한의 승화로 종종 나타나는데, 예를들면 이조 명종 때 밀양부사의 외동딸인 아랑은 관노에 의해 살해 되고 그 혼이 나타나 새로 부임하는 밀양부사들을 죽였다.
훗날 어느 용감한 신임 부사가 아랑의 원혼을 갚아주기로 하고 아랑을 죽인 관노의 어깨 위에 아랑이 나비가 되어 원한을 갚았다는 아랑의 전설이 있다. 이때 나비의 상징은 원한을 갚는 희망으로 표현된다. 나비는 애벌레부터 오랜 시간동안의 생태적인 질곡을 극복하고 한 마리의 나비가 되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전설이다
득우 할매는 득우 할아버지와 못다 나눈 부부의 한과 통일이 되면 남편을 보게 될 거라는 희망으로 나비 시조를 부르면서 한 평생을 사셨던 것 같다. 팔랑거리는 날갯짓으로 산천을 자유롭게 날라 다니는 나비처럼 득우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 같다.
불교에서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영혼을 위한 천도제에서 나비춤이 추어진다. 영혼을 부르고 접대할 때 제단 주위의 사악한 기운을 없애는 의미로 바라작법(바라춤)을 하고 영가가 이승의 세계에서 벗어나 저승세계로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라는 의미로 나비작법(나비춤)을 추기도 한다.
자유와 희망, 한의 승화, 억눌렸던 민중들의 염원을 대신한 나비를 주제로 한 나비 축제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함평나비축제는 1,500만평 함평천지 넓은 들판에서 갓, 유채, 무꽃, 자운영 들 사이로 수 만 마리의 나비와 함께 35만 명이 함께 했다는 소식이다. 함평 지역외경남 남해에서도 9만4천㎡ 부지에 착공한 나비생태공원을 건립해 나비생태관 1천965㎡와 나비온실 758㎡, 관리사무실 165㎡,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갖췄다.
나비생태관은 실내에 2개의 전시실과 나비온실, 체험학습장, 수장고가, 실외에는 나비사육실과 식초식물 재배하우스 등이 있다. 으며 나비와 곤충 등을 보다 친숙하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문의: 061-320-3224, 3364 (www.inabi.or.kr)
경남 하동군 진교면 양포리 구 양포초등학교(폐교)에 들어선 나비생태박물관 나비마을도 요즘 들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비마을은 곤충 관련사업가 백유현(43.사천시.대한표본연구소 소장)씨가 사비 5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뒤 지난 6월 개관했으며 전문생태 교육강사 4명과 사육관리팀 4명 등 8명이 배치돼 매달 3천명의 어린이들을 상대로 다양한 나비 생태학습과 곤충관련 체험교육을 실시한다. 이와함께 오래전부터 우리 지역의 대구 동구 봉무동 나비 생태공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나비 학습과 함께 우리 민족에 숨겨진 나비의 상징을 이해한다면 더 할 나위 없는 생태학습이 될 것이다.
김경호(아이눈체험교육원장)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