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시민기자는 중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박태규 선생님입니다. 1999년 계명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뒤 경북 경산에 있는 문명고교에서 근무하다 지난해부터 문명중학교에서 음악교사로 활동 중입니다. 공군사관후보생 88기 소위로 임관해 군악대에 근무하던 중 공군기술고교에서 음악교관으로 활동하다가 교직을 꿈꾸게 됐다고 합니다. 평생을 교직에 몸 담고 계시다가 지난해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박 선생님은 음악은 가르친다는 것보다 느끼게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학생을 대하고 있습니다.
*
1. 2007년 5월 5일 오후 7시 30분 대구시민회관 대극장 '세계적인 소프라노 000 초청 연주회' A석 5만 원, B석 3만 원, C석 2만 원.
2. 2007년 5월 8일 오후 7시 30분 대구시민회관대극장 '000 합창단 0회 정기연주회' 전석 초대.
위의 두 공연의 포스터를 보는 문화 소비자의 선택은 어느 쪽일까? 경제적인 논리만 따진다면 당연히 2번 공연을 선택해야 하지만 대다수 문화 소비자들이 경제적인 가치가 아닌 자신들의 예술적 욕구 충족을 위해 1번의 공연을 선택한다.
현재 대구에서 이루어지는 공연형태를 보면 음악의 질적 수준에 따른 공연관람료의 차별화를 이루기보다는 일단 관객부터 동원하고 보자는 '초대권 배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연주자 입장에서 보면 음악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 대신에 관객 동원처럼 공연의 부수적인 부분에 치중함으로써 연주자 스스로가 음악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저하시키는 영향을 가져온다.
앞서 1번 공연은 이미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 브랜드화한 상품이며, 2번 공연은 브랜드화 노력보다는 관객 동원 등 부수적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알리기 위한 방법 중 대형마트에서 볼 수 있는 '시식'이라는 형태가 있다. 즉 초대권 배부를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들의 음악 상품을 인지시키고 상품의 품질을 평가받아 장래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하지만 음악 생산자가 공연의 질적 향상보다 초대권을 통한 관객 확보에만 치중한다면 소비자는 소극적 구매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얼마 전 신문에 실린 소프라노 조수미의 기사 내용은, 연주자들로 하여금 음악상품을 공급하는 생산자가 어떤 부분에 치중해야 하며, 어떤 자세로 임하여야 하는지 제시하고 있다. - 지난 해 4월 4일 프랑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 당시 세계 데뷔 20년을 맞은 소프라노 조수미는 공연 후반, 앙코르 도중 프랑스어로 청중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오늘 아침 한국에서 아버지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노래하고 있습니다. 오늘 콘서트는 아버지를 위해 바치고 싶습니다. 아버지도 하늘에서 기뻐하고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 -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조수미이지만 문화 소비자를 위해 아버지 장례식을 뒤로 하고 약속한 공연을 지키는 것이다. 조수미는 스스로를 엔터테이너(entertainer)라고 했다. 현대사회에서 예술은 더 이상 보호나 육성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력을 강요받는 시장 질서에 노출돼 있다. 예술도 경영 이론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예술상품 구매욕구를 충족시켜야 할 때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대권 없는 공연을 원칙으로 하는 두 음악 단체를 찾아보았다. 필그림 미션 뮤직센터와 얘노을 뮤직센터가 그 주인공들. 필그림 미션 뮤직센터를 보면 필그림 미션콰이어, 필그림 어린이 합창단, 필그림 여성 합창단, 디아스포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필그림미션콰이어는 1980년 창단 이후 연 1회 정기연주회를 통해 정제된 교회음악의 진수를 선보이며, 르네상스 모테트, 바로크, 고전 등 시대별 음악은물론 흑인영가, 재즈, 가스펠, 현대음악까지 섭렵하고 있다. 2002년, 2004년 세계합창올림픽에서 유럽 합창의 전유물과도 같던 '무반주 종교음악' 부문에서 당당히 2회 연속 챔피언을 수상했다.
얘노을 뮤직 센터에는 얘노을 합창단(혼성), 얘노을 남성합창단, 얘노을 여성합창단, 얘노을 소년소녀 합창단으로 구성돼 있다. 얘노을 합창단은 2003년 제8회 대통령배 전국합창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시작으로 2005년 제1회 창원 전국그랑프리합창제에서 그랑프리상을 받았으며, 2006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아마추어 단체로는 최초로 초청돼 메인공연인 '모차르트 레퀴엠'을 연주해 다시 한번을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매회 공연마다 예매율 99%의 놀라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월리엄 보몰(William J. Baumol)은 이렇게 말했다. "공연예술은 근본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다. 공연 예술 제작에는 예산상 위기가 상존하며 이에 대한 타개책은 외부지원(공공 또는 기업)에 의존하는 길 뿐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공연 예술은 다른 문화활동에 비해 절대적인 우위에 있지 못하다. 하물며 비영리 범주에 속한 예술행위의 경우, 존폐의 위기를 결정하는 것은 재정적 문제이다. 얘노을 뮤직센터는 단원 회비에, 필그림은 종교적 성향으로 후원에 재정을 꾸려가고 있다. 아울러 공연 수익도 한 몫을 차지한다. 공연 입장권의 경우, 두 단체는 초대권 없는 공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매 공연시 전석 매진에 가까운 호응을 얻고 있다. 소비자에게 공연 신뢰감을 심어주면서 공연 상품의 다양화를 통한 소비자 구매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의 신뢰감은 공연단체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두 단체를 취재하며 문득 베토벤의 말이 떠올랐다. "예술창작과 그에 대한 보상은 아주 단순한 물물교환이다. 예술가는 단순히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따라서 예술가는 반 상인이어야 하지만 모두들 너무나 서투른 상인이다." 그의 말처럼 상인은 철저한 준비없이는 자신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내어놓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없고, 소비자 역시 그 물건에 대한 가치를 정확히 평가해 주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상품도 시장에서 사라져 버리게 된다.
박태규 시민기자(음악교사)
◇ 음악인 이재준씨 인터뷰
필그림 미션뮤직센터와 얘노을 뮤직센터 음악감독인 지휘자 이재준 씨를 만나 공연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감독은 현재 '초대권 없애기 운동'을 펼치며 모든 연주회를 유료로 하고 있다. 초대권에 대한 그에 생각을 들어 보았다.
"얼마 전 한 음악인이 서운한 표정으로 '왜 연주를 하면서 표를 안 보냈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 처음에 연주회를 놓친 것이 속상해 그러는 줄 알았는데 얼마 뒤 초대권을 안 보낸 데 대한 원망임을 알고 무척 곤혹스러웠다. 연주를 공짜로 즐기려는 생각이 공연 문화의 질을 떨어뜨린다. 청중들이 티켓을 구입, 공연장을 찾는 것은 수준 높은 연주를 위한 재투자다. 아직도 적잖은 유력 인사들은 초대권을 원한다. 초대권이 마치 자신의 사회적 높은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인양 초대권이 없으면 연주회에 참석하지 않는 인사도 있다. 외국에선 지역 유명인사들이 후원자로 나서 연주단체 회원으로 가입, 매 연주회마다 참석한다. 후원 행사에도 앞장서 기금 마련에 힘을 보탠다. 최근 주위에도 후진적인 공연문화를 바꾸어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구음악사랑모임을 통해 만난 후원자들이 그 좋은 예다. 지역에서 좋은 연주회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이러한 후원자들의 활동 때문이다."
공연문화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2000년 귀국 후 가졌던 국내외 여러 음악회에서 매회 매진 사례와 관중 호응을 보며 문화 산업화의 가능성을 보았다. 체득한 노하우를 이제 공유하면서 클래식 음악의 문화적 산업화에 대한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싶다. 음악회를 개최하는 지휘자나 음악 감독의 기획력이 소프트웨어적인 것이라면, 사회적인 시스템의 하드웨어를 갖추는 것이 문화적인 산업화에 절대적인 요소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의 전초가 지난 2004년 대구에서 이루어졌던 '세계합창페스티벌'이다. 양질의 최고의 음악가들을 초청해서 연주회를 가지면서, 이제는 연주에 대한 장단점을 따지는 것 외에도 연주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문화적인 하드웨어를 갖추고자 하는 것이다. 음악 종사자 뿐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바탕이 돼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