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지도가 확 바뀌고 있다.
기업들이 대규모 개발 투자를 추진해 관광레저 도시로 다시 용틀임하고 있는 것. 여기에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유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 대규모 국책사업도 예고돼 있고 '100년 사업'으로 불리는 쪽샘지구 발굴도 시작됐다.
백상승 경주시장은 "천년 동안의 잠에서 깨어나 이제 비상을 시작한 걸로 보면 된다. 경주의 장래 가치는 '특급 우량주'다. 2020년 인구 40만 명(현재 27만여 명)이 목표"라고 자신했다.
◆역사문화·첨단·체육도시가 목표
경주시의 장래 구상은 역사문화와 첨단산업, 체육분야를 아우르는 도시다. 9일 열린 경주시 장기종합발전계획 수립 최종보고회 내용도 이 의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역사문화도시는 신라 천년 복원이 핵심이다. 신라 문화가 아무리 찬란해도 지금처럼 대부분이 땅 밑에 있어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2천790억 원을 들여 반월성의 신라궁성을 발굴 복원하고 1천880억 원을 투입, 황룡사 9층 목탑을 복원한다. 또 쪽샘 개발과 일정교 월정교를 포함한 신라의 옛길 조성 등 3조 원 이상의 투자 계획이 수립돼 있다.
첨단도시는 한수원 본사 이전 및 양성자가속기와 궤를 같이한다. 수력과 원자력 사업을 총괄하는 한수원이 경주로 오고 양성자가속기가 가동되면 인근의 산업도시 포항, 울산이 부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포항, 울산은 산업화로 성장을 거듭한 데 반해 관광산업에만 의존해 왔던 경주는 관광객 이탈로 쇠락을 거듭, 속앓이를 해 왔었다.
체육도시도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 이를 위해 현재 9개인 축구장을 11개로 늘리고 게이트볼구장과 테니스·족구장 등을 잇따라 조성하고 있다. 손오익 경주시 기획문화국장은 "스포츠는 기후가 중요한데 경주는 분지형이어서 사시사철 기후변동이 적어 야외활동 최적지로 판명나 있다."고 했다.
◆방폐장 "대표 관광상품"
양북면 봉길리 63만 4천 평에 건설되는 방폐장은 1조 2천억 원이 투입돼 2009년 준공을 목표로 오는 11월 착공한다. 동굴처분 방식으로 방폐장 자체가 앞으로 경주의 대표적 관광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산규모 22조 원, 연간 매출액 5조 6천억 원, 순이익 1조 원, 직원 수 900여 명인 한수원의 본사 이전도 규모가 큰 사업이다. 오는 2010년까지 양북면 장항리 일대에 부지 4만 7천여 평, 연건평 2만 3천여 평 규모로 이전된다. 한수원 본사가 이전되면 지방재정 수입은 연간 42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방폐장이 기폭제 역할
지난 3월 개장해 경주의 대표적 볼거리 중 하나가 된 보문단지 내 신라밀레니엄파크는 방폐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89년 착공 후 자금난으로 중단됐다가 2005년 11월 방폐장 경주 유치 확정 후 대주주인 삼부토건이 곧바로 공사를 재개한 것. 투자액도 당초 250억 원 규모에서 1천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주)태영건설의 잇따른 투자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KTX 완전개통시 수혜 커
KTX가 완전 개통하면 서울에서 두 시간이면 경주에 도착한다. 대구에선 10분 남짓 거리다. 주말 경주가 관광객으로 넘칠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태영건설은 각종 사업들의 준공시점을 2010년 KTX 개통에 맞출 정도로 KTX 경주 통과를 호재로 보고 있다. 경주시도 2010년 관광객을 연 1천만 명(현재는 연 700여만 명)으로 목표하고 있다.
오는 8월 착공하는 신역사는 2010년 9월 준공되며 건천읍 화천리를 중심으로 한 신경주 역세권은 오는 2015년까지 4천억 원을 들여 104만 평 규모로 개발된다.
◆골프장과 실버타운에 주력
현재 경주에는 골프장 10개가 운영되고 5개는 시공 등 사업추진 중이다. 여기에 18홀 기준 골프장 5개를 추가 조성, 20개의 골프장이 운영되도록 한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백상승 시장은 "현재 골프장 때문에 경주를 찾는 사람들이 연간 200여만 명이 넘어설 것"이라면서 "골프장이 경주 관광과 경제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서울 골퍼들이 경주로 와 머물며 공을 치는 방법을 골프장 측과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경주로 오시면 지금 바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홍보광고판도 서울 도심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실버타운으로도 키운다.
골프장을 비롯한 레저관광시설, 맑은 공기와 공원화한 시가지 전역, 3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해안, KTX 정차 등으로 더 이상 좋은 조건이 없다는 것.
국내 굴지의 실버산업 관련 회사가 경주시를 찾아 투자 논의를 하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전망이다. 불국사 일대에는 별장 등을 건축하는 굴착기 소리가 요란하다. 특히 30∼40분대면 통행 가능한 울산지역에서 이주 의향을 많이 보이고 있다. 줄기만 하던 인구가 증가한 것도 은퇴한 노년층이 온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상시 개장
경주세계문화엑스포도 내년부터 상시 개장한다. 이를 위해 경주의 랜드마크(landmark)가 될 '경주타워' 등 기반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특히 신라 삼보(三寶)의 하나인 황룡사 9층 목탑이 음각 형상으로 설계된 경주타워는 아파트 30층에 해당하는 높이 82m로, 보문단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경주의 명물이 될 전망이다. 상시 개장하면 파리의 리도쇼에 버금가는 세계적 공연문화를 제작,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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