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地下차도 반대, 大邱市만 모르나

황금네거리 지하차도 건설 사업이 또 다시 대구시 교통행정의 헛발질이 될 모양이다. 시는 지난 2005년 12월 황금네거리 인근 57층 주상복합시설 사업승인을 하면서 주변 교통대책으로 연장 660m의 동서 지하차도 건설 사업을 추진키로 했었다. 사업주 측이 220억 원을 부담하여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주변 주민 반대가 끊이지 않다가 최근에는 인근 캐슬골드파크 입주자들까지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표시해 사업 추진이 더욱 힘들게 됐다. 세입자를 제외한 전체 2천350가구의 94.5%가 반대 의견을 내놨고, 황금네거리 주변상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지하차도 건설이 발상부터 잘못됐다는 혹평을 받은 셈이다. 시가 홍보활동을 벌인 뒤 다시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했으나 부질없어 보인다.

주민들의 반대는 너무 당연한 결과다. 대구시만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교통과 도시의 개념이 바뀌고, 시민 생각이 바뀌고 있는데도 시는 여전히 책상머리 인식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교통행정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없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도시 교통시설은 이제 교통소통이라는 단선적 목표를 위해 건설될 수 없다. 생활환경, 미관, 주변개발 등의 복합적 요인이 고려되어야 한다. 문제만 생기면 시멘트 구조물로 해결하겠다는 낡은 생각으로는 더 이상 주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선진국이나 서울 사례들이 보여주듯 고가도로나 지하차도는 오히려 교통 혼잡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마당이 아닌가.

아마 대구시는 사업승인의 대가로 공짜 시설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런 무턱댄 실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분양가로 전가될 기부채납이 대구시민 입장에서는 결코 공짜일 수 없다. 이럴 양이면 차라리 사업계획을 제한하여 분양가를 낮추고, 기부채납을 안 받는 게 시민을 위하는 길이다.

대구시는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다. 두산오거리에 고가도로를 건설하려다 주민 반대로 물러섰고, 황금고가차도 건설은 두고두고 욕을 먹는 실정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대구시가 아직 뼈아픈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시민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득보다 실이 많은 지하차도 건설 계획을 접고, 다른 긴급한 시설 수요로 대체시키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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