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公·私교육비의 경쟁적 증가

예부터 자녀 교육비는 학부모들의 허리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었다. 오죽하면 상아탑을 우골탑이라 빗대 불렀으랴. 어려웠던 시대에 회자됐던 우골탑이란 말이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오늘날에도 계속 꼬리표처럼 달려 있다. 절대 다수 국민들은 경제 성장의 과실을 교육비로 박탈당하고 여전히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다. 학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을 탓할 것인가. 정책 당국과 위정자들의 책임이다.

올 1분기 도시 근로자 가구의 교육비 지출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가구당 월 평균 소비지출은 244만6천 원이었고 이 중에서 교육비가 34만5천 원으로 전체의 14.1%를 차지했다. 교육 물가 상승률이 3년 만에 최고인데다, 교육비 지출 증가율은 전체 가계 지출 증가율을 앞질렀다.

교육비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등록금을 비롯한 학교 납입금 증가 때문으로 나타났다. 교육비 증가라면 통상 극심한 과외열풍에 의한 사교육비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던 일반인들의 통념을 깨고 공교육비가 앞서 나간 것이다.

올 1분기 학교 납입금은 전년 비 15.5%나 증가했고, 보충교육비로 분류되는 이른바 사교육비는 3.4% 늘어난 데 그쳤다. 재정 확충과 재단 전입금 확보는 뒷전인 채 웬만하면 학부모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악습의 결과다.

그렇다고 해서 사교육비 부담이 완화된 것도 아니다. 학교 납입금이 16만1천800원인데 보충교육비는 15만4천700원이다. 공'사교육비가 거의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교육비도 엄청날 것이다.

교육의 빈부 격차도 심각하다. 소득 상위 20%의 사교육비 지출은 하위 20%의 5배를 웃돌고, 소득 상'하위 10%대 비교에선 6.9배로, 상위 10%가 과외비로 33만2천 원을 쓴다면 하위 10%는 4만8천 원을 쓴다. 가계 소득도 상'하위 20%에서 8.4배까지 벌어져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빈부 격차가 삶의 질을 양극화하면서 교육 격차에서 신분 격차까지 대물림하는 현실이 도래했다. 자칫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근본조차 훼손될 수 있다.

언제까지 공교육 정상화를 구호로만 외치는 무능과 위선적 농단을 계속하고 있을 것인가. 공'사교육비 지출의 경쟁적인 증가 추세를 경쟁적으로 저감시킬 특단의 정책적 대응을 촉구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