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맞선, 요즘 여자·요즘 남자

결혼정보회사에 회원으로 가입, 자신의 이상형을 찾는 미혼남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미혼여성이 커플매니저와 상담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결혼정보회사에 회원으로 가입, 자신의 이상형을 찾는 미혼남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미혼여성이 커플매니저와 상담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100번도 넘게 맞선을 본 여자. 그녀는 20세 때부터 맞선을 봤다. 맞선이 지긋지긋할 만도 했을 텐데 끊지 못하는 담배처럼 서른 살이 넘을 때까지 주말마다 계속했다. 대구시내 웬만한 '매파'는 알 정도. 그러나 정작 지난해 결혼할 때는 맞선 본 남자를 택하지 않았다. 집안과 학벌, 외모 등을 맞추는 맞선에 질렸기 때문이다.

"맞선을 많이 보면 특별한 느낌이 없어져요. 자리에 앉을 때 자세를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짐작할 수 있어요." "한 번은 의사인 맞선상대가 병원일 때문에 늦었으면서도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마음에 든다며 선물을 사주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남자는 즉흥적이고 판단력이 없다고 느껴져서 애프터를 받아주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요즘은 결혼적령기에 있는 미혼남녀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자 외모, 남자 직업 먼저 고려=연애할 때는 외모나 이른바 '필(느낌)'을 가장 중시한다. 그러나 중매든, 결혼정보회사의 소개를 통한 맞선은 상대방과 어느 정도 조건이 맞아야 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대구지사의 커플매니저 양소미 씨는 "요즘 남자들은 여성의 외모를 가장 먼저 보고 여자들은 남성의 직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다음에 상대의 학벌이나 집안, 경제력, 외모 등을 차근차근 살펴본다는 것이다.

▶여자 직업, 남자 외모도 본다=그런데 최근들어서는 남자들도 외모를 보면서 교사나 공무원 등의 안정된 직업을 가진 여성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 맞벌이가 당연시되면서 '일하는 여성이 아름답다'는 인식이 확산된 탓이다. 여자들도 남성의 직업 등 경제력을 우선시했으나 이제는 남성의 외모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달라진 경향이다.

▶결혼성공 연령 높아져='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처럼 결혼을 사회관습상 당연히 해야 하는 제도라는 인식이 옅어지면서 '하나의 선택'처럼 생각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30대에 결혼하는 커플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듀오를 통해 결혼에 성공한 여자들의 평균연령은 29.5세, 남자는 30세가 넘었다.

▶유머있는 남자 선호=경상도식의 과묵한 성격의 남자들이 맞선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요즘 여자들은 유머스럽고 자상한 남자를 선호한다. 그래서 결혼정보회사에서 짝을 찾는 대구여자들도 '서울남자'를 이상형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KTX가 대구와 서울 간의 물리적 거리를 단축시켜 대구-서울 커플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새로운 경향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적인 거리는 지속적인 만남을 방해하고 있다.

그래서 맞선상대는 대구가 아니더라도 부산과 대전 등 대구 인근지역에 있는 사람이 1순위로 꼽힌다.

▶외적인 면 집착 버려라=박장윤 듀오 지사장은 "상대의 외모나 경제력 등 조건만 따져서는 결혼에 성공할 수 없다."며 "서로가 상대의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과 성격이 맞는지 등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외적인 것에 집착하다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면서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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