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광부들은 어디로 갔을까. 한때 산업역군으로 칭송받으면서 하늘도 보이지 않는 탄광안으로 들어가던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어려운 이웃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우리 삶에 풍경으로 존재할 뿐, 아무도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죽은 듯이, 없는 양 후미진 뒷골목에서.
이 책은 대구 평리동에 살고 있는 시인 박영희 씨가 차별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르포 작품들이다.
막장인생이라고 불리던 광부들은 진폐증으로 고생하며 인생 막장을 살아가고 있다. 저자가 찾아간 태백에는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는 진폐증 환자들이 집 안에 갇혀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사랑의 도시락' 하나로 하루 세 끼를 때우는 이들은 그러나 합병증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의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 그나마 수십 년째 입원한 환자들은 다행이다. 하지만 그들은 죽은 후 부검을 통해 보상 여부가 가려진다고 하니, 두 번 죽이는 셈이다.
그는 쪽방촌도 찾아갔다. 대구 비산동의 쪽방에는 버려진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들은 병원이나 경찰이나 마찬가지라고 소리를 높인다. 사람 취급 안해준다는 것이다. 한참 어린 경찰이 반말로 무시할 때면, '콱 죽어뿔고 싶'다고 한다. '내 몸이 아파서 우는 것 같지요? 천만예요, 마음이 마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아서….' 쪽방촌 사람들의 이야기다.
시인의 발길은 부안에도 닿았다. 방폐장 부지로 선정된 후 3년, 부안은 공황 상태나 다름없었다. 군민들 간의 찬반 갈등은 물론 생업마저 포기했기 때문이다. 형제들마다 찬반으로 갈리는 바람에 부모 제삿날에도 불참하는 형제가 생기고 한 집에 사는 자식이 제 아비하고 두 해 넘도록 등돌리고 사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처럼 시인의 발걸음은 전국 구석구석, 찢어지고 상처난 곳을 더듬는다. 뿐만 아니라 일상의 사람들에게도 눈길을 돌린다. 대형 마트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새로 생긴 업종이 바로 이벤트 회사 소속의 도우미들. 마트에서 시식을 권하며 판촉하는 도우미의 일상을 따라가는가 하면 개업하는 가게 앞에서 춤을 추며 판촉에 열을 올리는 도우미도 만나본다. 그들의 애환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화물차 기사들은 네 명중 한명은 신용불량자에 기름은 현찰로 넣고 급여는 어음으로 받아야 한다. 일당이 깎이는 것은 부지기수고, 임금체불과 임금을 떼이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보는 듯하다.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이웃들의 모습은 때로 참담하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우리의 현주소인 것을. 시인의 언어가 마음을 울린다. 304쪽, 1만 3천 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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