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편지
지난 방학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딸이 이제는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참고 기다리지 못해 너에게 일방적인 언어폭력으로 인하여 마음에 많은 상처를 줬다. 지금 돌아보면 아빠의 마음은 괴롭고 안타깝다.
뻔데기가 참고 기다려 나비가 되어 세상을 향하여 자유로이 날아가듯이 아버지학교에서 짧은 기간이지만 열심히 배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될 것이다. 네게 아름다운 추억보다는 혈기 많고, 급하고, 무서운 아버지의 모습이 더 많았던 것 같아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 새로워지는 아버지를 기대해라!
*딸의 편지
아버지의 딸이 된지 20년이나 되었어요. 지난 20년 동안에 아버지를 원망한 적도 있고, 미워했던 적도 있었지만 점점 아버지를 존경하게 되고 사랑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려요. 그리고 항상 저에게 미안해 하시는 마음을 가지시는데 이제 그 과거를 즐거운 기억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가 되었어요. 이제는 아버지가 친구같이 편해요. 항상 아버지에게 감사드리고 있어요! 아버지!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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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자리가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가족 내에서조차 소외되는 경우가 많아 '아버지의 부재(不在)'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높다. 가정의 리더인 아버지의 권위 실추와 소외 현상은 가족 구성원 모두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아버지 상(像) 정립이 시급한 요즘, 아버지학교를 통해 변신한 아버지와 그 가족을 찾아봤다.
"평소 스스로 70~80점은 되는 아빠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두란노아버지학교에 다니면서 저 자신이 빵점짜리 아빠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있고 난 뒤에야 아버지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됐어요."
경북대 공과대학 조교로 근무하는 박인철(48·대구 달서구 성당동) 씨. 부인의 권유로 지난 해 9월 5주 과정으로 두란노아버지학교(27기)를 수료한 그는 자녀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 바뀌었다고 얘기했다. "아버지학교를 가기 전에는 딸과 아들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저의 소유물로 여긴 측면이 강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사고에 맞게 애들을 키우려는 욕심이 있었고, 아버지로서의 행동도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버지학교에 가기 전 박 씨는 가정에서 '엄한 아버지'였다. 급한 성격이어서 자녀들이 말할 틈조차 주지 않고 본인의 얘기만 쏟아냈다. 화도 자주냈고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대로 된 대화가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은 좋지 않은 얘기는 아버지에게 아예 하지 않았고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대부분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자녀들이 가까이 하기 어려운' 아버지였던 것이다.
'이랬던' 박 씨가 아버지학교를 통해 180도 변신했다. "가족에게 편지를 쓰는 프로그램을 할 때였어요. 스무 살된 딸에게 편지를 쓰는데 용서하라는 글귀와 함께 눈물부터 나오더군요. 이성보단 감정이 앞서 딸에게 심한 말을 했던 제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중학생인 아들, 부인, 그리고 부모님에게 편지를 쓰면서도 눈물과 함께 뼈저린 자기반성이 이어졌다. 눈물어린 아버지의 편지를 받은 딸도 울었고, 노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의 눈에도 이슬방울이 맺혔다. 자기반성이 있고 난 후에야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좌표가 설정됐다는 게 그의 얘기다.
아버지학교 수료 후 달라진 박 씨의 모습에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크게 반기고 있다. 박 씨는 "이제는 스스로 자제하는 능력이 생겼다."며 "자동차에 많이 다는 ABS(전자제어 브레이크 시스템)를 마음에 단 것 같다."고 표현했다. 부인인 서애란(47) 씨도 "딸과 아들에게 아버지는 무서운 존재였는데 이제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대상이 됐다."고 귀띔했다.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됐다. 박 씨는 "부모님에게는 건강하신 것이, 아내에게는 많이 참아준 것이, 아이들에게는 건강하게 자라준 것이 감사하다."며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려 애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자녀와의 '데이트'도 자주 갖고 있다. "얼마전 중학 3학년인 아들과 함께 앞산을 같이 오르는 데이트를 했어요. '네가 사랑스러운 20가지'를 얘기했더니 처음엔 아들 녀석이 쑥스러워하더니 나중에는 좋아하더군요." 아버지와 데이트를 한 신석(15) 군은 "앞산에서 아버지와 얘기를 많이 했는데 처음에는 떨떠름했지만 기분은 좋았다."며 "무서웠던 아버지가 요즘에는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됐다."고 털어놨다.
박 씨는 대형소매점이나 백화점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물건을 사주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지 말고, 자녀와 함께 등산과 운동을 같이하며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 "일과 체면, 문화 등의 원인으로 많은 아버지들이 아직도 가정에서 군림하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며 "대화와 사랑을 나누는 수평적 구조로 가정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박인철씨 오계명
-나는 자녀를 용납하는 아버지이며, 자녀와의 스킨십을 자주하는 따뜻한 아버지다.
-나는 자녀의 말에 먼저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이해하고, 축복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나는 모든 부정적인 남성문화를 내려놓고 가정에 충실하며 행복을 얻는 사람이다.
-나는 성질을 누그러뜨려 깨달음을 얻었으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사람이다.
-나는 배운 것을 삶에 적용하며 부드러운 운전습관을 지닌 현명한 사람이다.
-나는 과거의 잘못을 깊이 되새겨 아름다운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 두란노 아버지학교
'두란노아버지학교(father.or.kr)'는 국내 대표적인 아버지 학교로 자리 잡은 곳. 1995년 문을 연 이래 10만여 명이 참가했다.
아버지학교는 5주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아버지'로 거듭나는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아버지들의 반성으로 입학식을 시작하며 '숙제'를 통해 참가자들은 서서히 변화하게 된다. '나의 부모님에게 편지쓰기', '아내와 아이들에게 편지쓰기', '자녀와 아내가 사랑스러운 20가지 이유 적어오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시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가정의 회복이며, 가정의 중심에 아버지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곧 가정의 문제이며, 가정의 문제는 바로 아버지의 문제라는 인식을 토대로 아버지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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