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미래 열어줄 '우주 생물산업'

빅뱅이론에 의하면 지금부터 약 150억 년 전 우주는 초고온 고압 고밀도의 물질이 전 방위로 팽창하면서 생성되었고, 약 46억 년 전 은하계의 한편에서 지구가 탄생했다고 한다. 최초 생명체의 기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약 40억 년 전에 원시 상태의 단세포가 존재했고, 화석으로 판별 가능한 생명체는 약 6억 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인류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약 300만 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하나, 현생인류의 출현은 3만~4만 년 전으로 보고 있다. 이후 인류의 문명은 한걸음씩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20세기 들어 과거 수천 년 동안에 성취한 것보다 더 많은 과학적인 진보가 100년 사이에 이루어졌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과학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현재에는 불과 1년 전의 이론조차도 과거사가 되어버리는 상황이다.

1953년 왓슨과 크리크 박사가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표했고,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는 소식과 함께 암스트롱과 올드린 두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을 탐사하던 장면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흑백 TV를 통해 지켜보던 때가 불과 얼마전의 일처럼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데 오늘의 인류는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고 달에서 화성으로, 목성으로, 그리고 태양으로 향한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과거 지배 세력과 피지배 세력의 근간이 신무기를 기초로 한 힘에 의해 결정되었다면, 다가올 미래에는 혁신적인 과학의 산물에 의한 경제력으로 무장한 선진화된 그룹과 후진 그룹의 명암이 뚜렷이 구별될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의 당파싸움과 쇄국정책으로 뼈아픈 교훈을 얻었음에도, 여전히 숨 가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미래 고부가가치 창출의 중심에 있는 우주 생명산업에 대해 너무 관망하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스럽다.

앨빈 토플러가 '제4의 물결'의 핵심기술로 우주개발과 생명산업을 들고 있다는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미 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우주여행을 경험했고, 몇 십 년을 넘기지 않고 본격적인 우주여행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짐작이 가능한 일이다.

과거 몇 십 년 동안 미국이나 러시아가 우주선과 우주정거장, 탐사위성을 띄울 때, 우리는 그저 미지의 우주로 향하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심 정도의 감흥만 가지지나 않았는지, 첼린저호의 대참사를 바라보며 그 숭고한 희생 뒤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면에 대해서는 외면하지 않았는지 반문이 인다.

우리가 깊이 통찰하지 못한 40년 동안 우주공간에서는 약 3만 건 이상의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되었고, 지금도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 생물산업 전쟁이 침묵 속에 일어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었던 단백질 의약품의 합성에서 고품질의 단백질 결정체 정제기술, 식물이나 미생물의 육종뿐만 아니라 유전자공학 기술을 진일보시켜 새로운 치료술을 개발하는 계획까지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22개 제약사가 2008년을 목표로 우주개발사업단과 컨소시엄으로 국제 우주스테이션을 활용해 지놈(Genome) 신약개발에 도전한다는 소식과, 중국과학원 생물물리연구소에서 '우주공간 단백질 결정체 설비 중 핵심부분인 결정체 보관실에 대한 연구제작에 착수했다.'는 기사를 읽으며,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가는 지도층이 한 번쯤은 우주생물학, 우주 생물산업, 무중력을 이용한 생물공학기술 등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우주 생명산업에 투자하는 이유를 파악, 늦었지만 지금부터라고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힘을 기울이면 우리에게도 밝은 미래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하루 종일 컴퓨터에 앉아 게임에 몰두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NASA의 Life Sciences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며 다가올 미래에 대한 도전을 통해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부모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손성호(동양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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