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들은 길을 잃기 쉬워요. 사람들 옷만 쳐다 보니, 길을 기억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죠.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그런 경험 있을 걸요?"
길을 잃어가며 디자이너가 이루고자 하는 꿈은 다름아니다. 자기 색깔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 디자이너 도현(37) 씨는 서른에 그 꿈을 실현했고, 지금은 브랜드 '도현&바부도쿄'를 이끌어가고 있다. 블랙을 테마로 한 강한 라인의 디자인은 디자이너를 똑 닮았다.
의류업체에서 실무를 쌓은 지 10년, 도 씨는 그만큼 실무에 자신있다. "나는 밑바닥부터 시작했으니 끊임없이 맞는지, 아닌지 따져가면서 해야 했어요.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남다르다고 자부해요."
그는 한국적인 선을 사랑한다. 그의 옷에서 언뜻 한복의 선을 발견할 수 있는 까닭이다. 프랑스 파리에 한글패션을 먼저 선보인 이도 실은 그다. 한글 디자이너로 유명한 이상봉 씨보다 한 해 앞선 2005년 프레따포르떼에 한글 패션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그의 옷은 주로 무채색이 많다. 블랙을 특히 좋아한다는 그는 프린트 직물을 유난히 싫어한다. 색다른 분위기를 찾는 고객들을 위해 그는 새로운 실험을 했다. 옷에다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 조선시대 민화 문양이나 신윤복의 미인도, 김홍도의 풍속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옷에 직접 그리니, 고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기술 없이도 누구나 핸드 페인팅할 수 있도록 방법도 고안했다. 그로 인해 '도현&바부도쿄'는 지난해 말 산업자원부가 선정한 '기술개발 성공사례 100선'에 전국 패션업체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젊은 디자이너의 모임인 디자이너 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도 씨는 대구 패션계에 차세대 브랜드가 적은 것을 안타까워했다. "제가 브랜드를 런칭한 2000년과 달리 요즘은 워낙 경쟁이 치열해 살아남기 힘들어서 브랜드 런칭이 쉽지 않아요. 이제 패션 차세대가 본격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됐는데 말이에요."
도 씨가 처음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아름다운 뒷모습'. "앞모습은 누구나 신경쓰잖아요. 하지만 결국 그 사람을 가장 자신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뒷모습이에요." 도 씨 역시 대구 패션계에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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