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세상] 배불뚝이 바보 TV의 종말 '디지털TV 시대'

2013년 1월. 회사원 A씨는 술 한 잔 하자는 동료들의 약속을 마다하고 귀가를 서두른다. 얼마 전에 구입한 52인치 대형 디지털TV가 눈앞에 삼삼하기 때문이다. 거실 벽에 내걸린 디지털TV는 화면이 큰데다 화질도 선명해 출연자들의 솜털까지 보인다. 홈시어터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어,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액션 영화를 보면 각종 효과음이 전후좌우에서 터진다. 웬만한 극장 부럽지 않다.

드라마광인 아내는 디지털TV를 보는 새로운 재미가 생겼다고 좋아한다. A씨집 디지털TV 뒤에는 인터넷선이 연결돼 있다. 아내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입은 옷이 멋있다며 주문한다. 리모컨 몇번 누르니 주문 및 결제 완료. 드라마를 보다가 피자를 주문하기도 한다. 이메일 송·수신은 물론이고 웹 서핑도 하고 지면 형태의 신문도 TV로 본다. 이만하면 텔레비전은 컴퓨터 못지 않다.

◆2013년 '배불뚝이 TV' 아듀~

앞의 설정들은 향후 7년 뒤쯤 웬만한 가정에서 있을 법한 장면들을 상상해 본 것이다.

2013년 1월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완전한 디지털TV 세상이 열린다.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디지털방송활성화 특별법안이 최근 확정됐다. 이 법안에 따르면 늦어도 2012년 12월에 지상파TV 아날로그 방송이 완전히 종료되고 지상파 방송은 디지털방송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2013년부터는 디지털TV 없이는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방송이 시작된 지 6년이 지났지만 국내 방송사들의 투자 부진과 디지털TV 수상기 보급 저조로 디지털TV 보급률은 지난해말 현재 24%밖에 안 된다. 반면 영국과 미국, 일본의 디지털TV 보급률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77%, 60%, 51%로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다.

앞으로 판매되는 TV에는 디지털방송 수신이 가능한 튜너가 의무적으로 내장된다. 30인치 이상 수상기는 2008년 1월부터, 26~30인치 미만 수상기는 2009년 1월부터 디지털 튜너가 내장돼 있어야 가전 메이커들은 TV수상기를 판매할 수 있다.

◆동네 비디오가게 퇴조한다

2013년쯤에는 TV시청 환경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TV 수상기가 인터넷 또는 온라인에 연결됨으로써 영화나 드라마, 쇼, 다큐멘터리 등 영상 콘텐츠를 유료로 내려받아 보는 주문형 비디오(VOD)가 활성화될 것이다. 전송속도가 100Mbps급인 초고속 광랜으로 연결된 디지털TV로는 HDTV 수준의 고화질 영상을 감상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디오테이프나 DVD를 빌려 보는 모습도 옛말이 될지도 모른다.

요즘 광고를 많이 하는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역시 디지털TV의 일종이다. 따라서 집에서는 대형 디지털TV로, 집밖에서는 전용단말기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DMB 디지털 방송을 즐기는 풍경이 일상적 풍경이 될 것 같다.

한 때 디지털 미디어의 총아라며 각광받던 DVD도 2013년 이전에 퇴물 신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DVD의 뒤를 잇는 차세대 광디스크 매체인 블루레이(Blu-Ray)와 HD-DVD가 각 가정의 DVD플레이어나 VHS방식의 비디오 플레이어를 대체할 것이다. 블루레이나 HD-DVD는 DVD보다 6배 이상 선명한 화질을 보여주는 차세대 광학디스크로서, 이미 시장에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TV '바보상자' 오명을 벗는다

2013년쯤이면 국내에서도 IPTV라는 서비스가 일반화된다.

이에 따라 텔레비전은 유선 또는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된다. 현재 아날로그 방식인 케이블TV 역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된다.

IPTV 또는 디지털 케이블TV가 일반화됨으로써 TV는 지금까지의 단방향성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양방향성 미디어로 탈바꿈하게 된다. 2013년 A씨집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TV가 어느 정도 컴퓨터 역할을 수행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지난 1월 2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온라인 비디오 콘텐츠의 폭발적인 증가와 아울러, PC와 TV간 융합에 따라 TV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며 "그 시기는 5년 이내"라고 강조했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디지털TV, 이것이 궁금하다

◇IPTV는 뭐지요?

★인터넷에 연결된 TV를 말합니다.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nternet Protocol Television)의 약자지요. 이론적으로 최대 1천 개의 채널을 가질 수 있으며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비롯해 주문형비디오, 채팅, 검색, 홈쇼핑 등 쌍방향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기술적으로는 환경이 구축돼 있지만 통신사와 방송사, 케이블TV들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관련법이 정비되지 못해 서비스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KT와 하나로텔레콤, 다음컨소시엄, LG데이콤 등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디지털TV를 구입해야 하나요

★현재 시판 중인 벽걸이형 디지털TV에는 LCD방식과 PDP방식이 있습니다. 비슷한 인치라면 LCD가 비싸지요. LCD방식은 선명한 색감을, PDP는 자연스런 색감 특성을 갖습니다. PDP가 소비전력이 높은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 써보면 양자 간의 차이는 별로 없다고 합니다. LCD는 전력소비량이 일정한 반면 PDP는 어두운 화면이 나올 경우 소비전력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디지털TV인 프로젝션TV는 저전력 소비, 값싼 가격대가 장점이지만 공간을 상대적으로 많이 차지하고 시야각이 좁으며 램프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어차피 LCD, PDP, 프로젝션TV 모두 기술적으로 완성된 방식은 아닙니다. 2013년쯤이면 색 재현력과 소비전력, 응답특성 등에서 문제점을 거의 해결한 OLED 혹은 FED 방식의 차세대 디지털TV가 시판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왕이면 풀(Full) HDTV를 사라던데…

★풀HD란 Full High Definition 즉 '진정한 HD'라는 의미입니다. 현재 지상파 방송을 통해 나오는 HDTV가 100만 화소급의 해상도를 지닌데 반해 풀HD는 200만 화소 정도의 해상도를 갖고 있습니다. 약 30만 화소의 화면을 구현하는 DVD보다 6배 이상 선명한 화면이지요. 그러나 국내 방송사가 송출하고있는 HD화면은 100만 화소급이어서 풀HDTV가 있더라도 일반 HDTV와 화질 차이가 없습니다. 진정한 풀HD 화질을 즐기려면 블루레이나 HD-DVD 등 차세대 미디어가 필요합니다다. 풀HD 구입이 시기상조인 것은 사실이지만 블루레이나 HD-DVD를 고려한다면 풀HDTV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풀HDTV는 같은 인치의 일반 HDTV보다 더 비쌉니다.

◇2013년부터는 아날로그TV 못쓰나요?

★2012년까지는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이 송출되기 때문에 디지털TV가 없어도 공중파 방송을 볼 수 있습니다. 2013년부터는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아날로그TV로 공중파를 시청하려면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해 주는 별도의 장비(셋톱박스)를 달아야 합니다. 셋톱박스 장착비용은 정부가 지원 또는 보조해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MMS는 또 뭔가요?

★다중모드서비스(Multi Mode Service)의 약자입니다. 지난해 월드컵 때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MMS시범방송을 보낸 적이 있지요. 한 개의 디지털채널에 HD급 채널 외에도 DVD 수준의 채널과 오디오·데이터 채널을 함께 보내는 방식을 말합니다. 채널이 늘어나면서 콘텐츠가 많아지고, 광고 영업을 할 여지가 넓어진다는 이유로 국내 방송사들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지요. 그러나 한정된 전파용량에 채널을 여럿 끼워넣는 방식이라서 HD화질을 떨어뜨린다는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방송사 측은 "신호 압축기술 발달로 화질에 열화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HDTV 마니아들은 "기술적으로 MMS가 HD화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지난 월드컵 시험방송 때 증명됐다."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김해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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